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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Aug 04. 2023

시스템

강릉 아르떼 뮤지엄 포토존 웨이팅

아이들 방학이라 오디너리 하우스 문 닫고 강릉으로 피서 다녀왔습니다. 숙소가 초당에 있었는데 짬뽕 순두부를 못 먹은 게 아쉽지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그 유명한 강릉 아르떼 뮤지엄을 갔습니다. 늙어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고 컴퓨터로 만든 영상이 아닌 강원도의 풍경을 드론 같은 걸로 찍어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프로젝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생각처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전시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눈과 귀와 머리로 남기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나가기 전 마지막 코너에 포토존이 있길래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려고 줄을 섰습니다. 줄이 긴 건 아닌데 오래 걸립니다.


한 커플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데 10분 가까이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고 이 포즈, 저 포즈 난리가 아닙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배려라는 걸 경험하기 힘든 거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눈치는 있을 줄 알았습니다. 없더군요. 정말 지겹게 사진 오래 찍더군요. 아이들만 없었으면 그냥 나왔을 겁니다.


아마, 이 전에 어떤 빌런이 있었을 겁니다. 눈치와 배려 없는 누군가가 줄 선 사람들 생각 안 하고 오래 사진을 찍었을 겁니다. 줄 서고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짜증을 내고 욕을 했겠죠. 그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자기 순서가 되면 5장 찍으면 될 사진을 50장을 찍었을 겁니다. 빌런이 헬게이트를 열었습니다. 덕분에 나중에 보지도 않을 사진을 찍기 위해 전시 관람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많은 사람이 낭비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여기에 뭔가 딱 하나만 두면 이 문제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이머‘ 자기 차례가 되어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3분짜리 타이머 시작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합니다. 3분이 되면 알람이 울리고 다음 차례를 안내합니다. 이 작은 시스템이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끼고 전시장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던 사람의 양심, 선의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 빠져나올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휴가 가서 이런 생각을 하고 오랜만에 쓴다는 브런치 글이 이런 이야기라니 참 골치 아픈 사고 시스템을 가진 것 같습니다. 빠져나올 수 없으니 포기하고 앞으로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별 볼 일 없는 글을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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