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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작가 Sep 04. 2024

글에서 찾아온 평온

글감의 파편, 퍼즐 조각

16년째 혼자 글을 쓴다. 머릿속 흩어진 생각들이 하나의 글로 나타난 순간, 마음속 숨겨진 긍정이 온몸에 폭죽을 터트린다.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퍼즐’을 맞출 준비가 되면 ‘오늘의 여정’이 시작된다. 어느 순간 쉽게 휘발되는 퍼즐은 외부 소음에 민감하다.


“밥 먹어라”

“누구야”

“이것 좀 도와줘라”

“뭐 하니”

... 


평소엔 둔감했던 문장이 예민한 울림으로 변모한다. 그냥 써야 한다. 집중의 토끼가 어디론가 껑충 망각의 숲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만함의 장벽이 나타나면 몰입의 주먹으로 깨부순다. 


여정은 일정한 리듬의 안정적 비트, 불규칙한 아스팔트를 한순간 평온하게 만드는 삼색의 빛, 혼자 우두커니 이야기를 담아낸 종이를 받드는 나무다. 어제의 안녕은 오늘의 외로움, 외로움은 내일의 기쁨이 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백지도 한 번의 여정으로 자신만의 언어로 빼곡히 채워진다. 


퍼즐 조각이 가득 채워진 날에는 발품을 팔며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무너진 틈에 숨겨진 판이 나타난다. 버림의 시작이다. 나에게 머물렀던 불규칙한 조각의 파편, 비어진 판에 하나씩 맞춰진다. 채워진 판은 하나의 형상 즉, 작은 물성으로 탄생한다. 새로운 판은 이때 생성된다. 남은 조각들이 흡수된다. 필요하다면 완성된 판의 퍼즐을 복제한다. 


매일 반복되는 활자의 전쟁에서 ‘평온의 천국’이 찾아온다. 나와 활자가 합일이 된다. 희로애락의 컨트롤타워가 비상경보를 멈추고 하루의 종전을 선언한다. 모든 감정, 이야기, 사람이 새로움으로 채워진다. 


시작은 의식의 묘사를 던진다. 머뭇거리면 ‘몰입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가장 불안정할 때, 감정을 견딜 수 없을 때, 더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 활자의 편안함이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 이 순간도 의식의 묘사가 글감의 퍼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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