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바위

Q12. 올해 고정된 사고를 표현하자면?

by 삼삼

머릿속 생각이 가득한 듯 손가락의 타이핑이 느려지고 있다. 생각이 비어 있다면 쾌속의 타이핑으로 지금쯤 종이 한페이지를 채워 넣었을 것이다. 파란하늘에 겨울의 찬 기운이 나의 몸을 감싸고 있다. 무거운 한 바위가 나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치우려 해도 어찌나 무거운지 부셔지거나 굴러가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의 말이 달팽이관을 관통한다. 가만히 있어도 그들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고막을 건들인다. 수많은 말들을 가져온 탓인가.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말의 더미에 파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더미가 쌓여 거대한 바위가 된 것이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 툭 건들면 정해지지 않은 길로 자유로이 달려간다. 평지에서 비탈길에서 각자의 다른 곳에 있는 돌멩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그저 굴러감에 자신을 맡긴다.

돌멩이 하나가 바위를 건들인다. 바위는 잠들고 있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돌멩이 하나가 자신의 몸을 훑고 갔는지 모른다.


땅속 깊숙히 박힌 바위. 산 한봉우리와 맞먹는 바위.


돌멩이는 어디론가 또 여정길을 떠난다. 자신의 운명을 모른채 굴러가고 또 굴러간다. 커다란 부딪힘에 자잘한 가루가 될지 바다 속으로 깊이 잠수해버릴지 앞날의 기억을 버린다.


수많은 말들은 여러개의 돌멩이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여러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여기저기 치이며 새로운 언어로 변화한다. 고정된 머릿속은 단단함을 유지하며 바위의 웅장함으로 자신의 위용을 한껏 뽐낸다. 움직일 수 없는 그저 이대로 바라봐 달라고 손짓을 한다. 이미, 수만개의 말들이 하나로 뭉쳐져 바위가 되었기에 누적된 자신의 뿌리가 단단하다.


때로는 땅에서 일어나 유연한 굴러감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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