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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리 Oct 17. 2021

교복을 입으면 사랑에 빠진다

대드가 유독 청춘물에 강한 이유


 두 대의 피아노를 두고 벌이던 연주 배틀, 대만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을 기억하시나요? 사고뭉치 남자아이가 모범생 여자아이를 짝사랑하다 15년 후 다시 만나게 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 유덕화와 결혼을 꿈꾸던 소녀와 학교를 휘어잡던 남학생의 첫 사랑 <나의 소녀시대(2016)>까지. 대만 히트작 중에는 유독 중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이 나오는 영화가 많습니다. 아마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흥행에 성공한 이후 배급사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대만 영화를 많이 들여왔기 때문이겠죠. 

영화 '말할수없는 비밀'의 주인공들. 상륜(주걸륜)은 학교에서 신비로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음악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샤오위(계륜미)와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닌데요, 국내 거의 모든 OTT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2020년의 히트작 <상견니>도 여주인공이 고등학생 때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라, 주인공들이 절반 이상 분량에서 교복을 입고 나옵니다. 일본만화 <꽃보다남자>를 리메이크해 국내에서도 방영됐었던 <유성화원1,2>나 <장난스런 키스1,2>도 학창시절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왜 대만에서 학창시절, 학창시절의 첫 사랑 이야기가 많이 제작될까요? 대만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50 여 년간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습니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아 아직도 파나소닉이나 소니 같은 일본 전자제품,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 등이 인기가 많고, 만화나 캐릭터산업도 발달했습니다. 교복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부분 중 하나죠. 세일러복이라고 부르는 어깨를 덮는 넓은 칼라, 흰색 위주에 남색과 검은색 또는 붉은 색이 조금씩 섞인 상하의 교복은 일본 교복과 닮았습니다. 

대만 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포스터와 스틸컷. 검정색 재킷, 흰색 셔츠는 교복의 정석입니다.

 교복 착용이 의무가 아닌 나라도 많지만, 대만은 학생들이 반드시 교복을 입어야 하고, 벨트나 양말 같은 액세서리도 모두 단색 제품으로 통일합니다. 연애를 단속하는 학생 주임이나 호랑이 선생님도 어디에나 있고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제약이 많을수록 불타오르는 게 좌충우돌 사춘기 청소년 마음 아닐까요?  

 30년 전인 1991년 타이완투데이 신문기사1)에 따르면 대만에는 당시 600개 이상의 공립 사립 중학교가 있었고, 이 중 90%가 남녀공학이었다고 합니다. 전통의 명문학교들엔 남중, 여고 같은 단성학교가 없지 않지만, 상당수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떨어져 공부하는 쪽보다는 같은 건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남녀공학이라 파릇파릇한 청춘 로맨스가 많이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만 드라마에 청춘물이 많기도 하지만, 교복을 입고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는 한국 시청자들과 코드가 잘 맞아떨어져 히트작이 더 많았습니다. 중국 본토 고등학생의 연애를 다룬 <최호적 아문(2016)>도 시즌2까지 제작되며 사랑받았으니까요. 


1) https://taiwantoday.tw/news.php?unit=12&post=22282

*이미지는 네이버영화 <말할수없는비밀>스틸컷, 포스터, 중화tv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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