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은 부모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라
나는 이유식에 진심이었다. 아이가 쌀미음을 먹기 시작한 생후 6개월부터 완전히 어른 밥을 먹을 때까지 근 2년간 아이 밥을 따로 지었다. 처음에는 첫 아이니 이유식이란 게 뭔지 몰라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고, 한참 하고 나니 그간 해온 게 아까워 계속 아이 밥을 따로 차렸다. 어른 반찬을 너무 빨리 먹이면 짠 음식만 먹을까봐, 야채 반찬만 따로 주면 편식할까봐 고기와 야채를 섞은 진밥과 볶음밥을 아주 오랫동안 만들었다. 아이가 볶음밥을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할 때도 아이 반찬은 간을 싱겁게 해서 한동안 만들어줬다.
아이가 어렸을 때 우리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 달에 한번 꼴로 2박3일 여행을 갔고, 길게 짬이 나는 여름과 겨울에는 비행기를 타고 열흘씩 집을 떠나 지냈다. 우리의 여행은 생활형이어서 늘 바리바리 짐이 많았다. 큰 캐리어와 아이의 카시트, 유모차가 이미 한 짐이었는데, 여기에 아이 밥을 얼려 담은 아이스박스까지 끌어야 했다. 한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여행서 먹을 이유식을 세 냄비씩 끓일 때나,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 끌던 아이스박스가 쓰러져 이유식이 바닥에 나뒹굴 때, 그럴 땐 정말 이게 무슨 짓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입맛이 까다로웠다. 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비싼 음식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니면 이유식을 오랫동안 먹여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맛있는 음식만 먹고, 맛이 없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고기는 1등급 한우는 먹고, 질긴 고기는 뱉는다. 1식엔 반찬이 3개 이상 있어야 한다. 같은 반찬이라도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만든 건 먹고 내가 하면 안 먹을 때가 있다. 아이가 “맛없어서 못 먹겠어”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어진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두부 강정을 맛있게 먹었다기에, 인터넷에서 두부 강정 레시피를 보고 튀기고 버무려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제 식판에 놓인 두부 강정을 한 번 보고, 입에 넣더니 “흠. 내가 아는 그 맛이 아니네” 라고 촌평했다. 혈압이 올라갔다. 어쩌다가 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내게 되면 그는 내 목을 껴안으면서 “역시 엄마는 요리를 잘 해”라고 말한다. 아이 덕분에 나는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을 깨치게 되었다.
너무 늦게 들어와 반찬 만들 시간이 없거나, 아이가 피곤해 뭘 해도 혼날 것 같은 날엔 계란밥을 했다. 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간장과 참기름, 깨를 뿌려 비비면 딱 3분 정도 걸렸다. 계란밥은 뚝딱 만들고, 같이 앉아 먹일 필요 없이 아이 혼자 뚝딱 먹는 효자 메뉴다. 아보카도가 있는 날엔 아보카도를 썰어서 김가루를 올려주고, 김자반이 있으면 김자반을 슬슬 뿌려서 비비면 더 간편하다.
뭐든 골고루 먹고 편식하지 말라고 열과 성을 다했건만, 아이는 돈가스와 튀김, 라면을 좋아하는 아이로 컸다. 나도 뭐라도 잘 먹으면 된다고 둥글어졌다. 어릴 적 엄마가 진수성찬으로 차려주던 밥상은 생각 안 나고, 버터간장밥이나 치즈밥을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나는 걸 보면, 아이도 나중에 엄마표 최애 메뉴로 계란밥을 꼽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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