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꿔바로우

엄마의 취향은 너무나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by 유진리

아빠는 꽃게와 갈치와 홍삼을 좋아한다. 동생의 최애 과일은 복숭아고, 나는 사과와 미역국을 잘 먹는다. 엄마는 참외랑 고구마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음식이었다.


엄마는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철학을 여러 번 밝혔던 터라, 모두가 엄마가 싫어하는 음식은 알고 있다. 엄마는 살코기와 내장 중에서는 살코기를 선호한다. 살코기 외 부속물을 주재료로 요리하는 음식은 거의 싫어한다. 선지해장국이며 내장탕, 순대국이 다 탈락이다. 곱창도 당연히 땡이다.

기름이 많은 고기도 별로라고 했다. 피부를 매끈하게 한다는 족발의 콜라겐도 엄마한테는 그냥 지방이다. 같은 이유로 삼겹살도 별로 안 좋아한다. 엄마는 소갈비 찜을 할 때도 기름이 둥둥 뜨는 게 싫다면서 지방을 일일이 떼 낸다. 오밤중까지 갈비찜을 끓였다 식히기를 반복하며 하얗게 굳은 기름을 걷어낸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모르겠다. 반나절 정도 생각해보다가 엄마한테 직접 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예상한 대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고 했지만, 정작 좋아하는 음식을 대지 못했다.

그날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상형 올림픽처럼 질문을 바꿨다. 짬뽕과 짜장면 중엔 뭐가 좋으냐, 하니 짜장면, 짜장면과 볶음밥 중엔 뭐가 좋으냐 하니 역시 짜장면이었다. 짜장면 승. “그럼 짜장면이네”하고 말했더니, 엄마는 “짬뽕보단 짜장면인데...아, 내가 그걸 좋아하지”했다.


엄마의 ‘그건’ 짜장면 짬뽕 볶음밥도 아닌, 탕수육 깐풍기 라조기도 아닌, 꿔바로우였다. 얇고 평평하게 썬 돼지고기에 찹쌀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베이징식 탕수육이다. 나는 엄마가 탕수육이 아닌 꿔바로우를 좋아한다는 게 신기했다. 그 얘길 처음 들었다는 건 더 신기했다. 엄마는 전에 어딘가에서 꿔바로우를 맛있게 먹었다면서, 꿔바로우를 좋아하지, 하고 한 번 더 다짐하듯 말했다.


그 다음은 과일 올림픽으로 넘어갔다. 사과 배 감 포도 복숭아 귤을 줄줄이 댔는데, 엄마는 과일은 대부분 다 좋아하지, 라면서 또 고르지 못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는 과일을 계절별로 생각하다가, 마지막으로 “그럼 딸기?”라고 물어보니, 엄마는 “딸기, 그래 딸기 아주 좋아하지”라고 말했다. 엄마 홍시도 좋아하잖아 했더니, 또 “홍시 좋아하지” 한다.


엄마는 온 가족 식성은 속속들이 꿰면서 정작 자기 입맛을 모른다. 엄마는 아빠 생일날은 아빠 좋아하는 음식, 외할머니 기일엔 외할머니가 좋아하던 음식을 준비한다. 나와 동생이 집에 가면 우리가 잘 먹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리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한참을 물어야 겨우 떠올릴 수 있다니. 마음이 짠했다.


엄마의 대학사진을 보면 그런 멋쟁이가 따로 없다. 겨울인 듯한데, 지금 입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느슨한 비둘기색 목폴라에 어깨가 살짝 봉긋한 진한 청록색 재킷, 무릎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갈색 펜슬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의 엄마는 어딘가로 힘차게 걷는다. 그 세련된 색 배합이며, 몸에 잘 맞는 옷을 고른 센스가 기가 막히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진에서, 역시 긴 머리에 앞머리를 자연스럽게 내린 엄마는 턱을 살짝 든 채 부라보콘을 맛있게 먹고 있다. 큰 눈에 오똑한 코, 클로즈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춘의 자신감이 빛난다.


엄마는 부라보콘을 좋아하고 하이힐을 잘 신고, 종로에서 노는 서울 깍쟁이였는데, 이제는 뭘 먹고 싶냐 물으면 “네가 좋은 걸로”라고 답하고, 딸내미랑 북촌 한옥마을이랑 석파정을 구경 가는 지방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여전히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여전히 세련됐다. 엄마만의 취향도 있다.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가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라떼를 선호한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난 딸기를 좋아하지”, “중국집에선 꿔바로우를 먹어야지”라고 1초도 망설임 없이 말해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 맞춰주느라 엄마의 취향을 접어두지 말고, “오늘은 꼭 이걸 먹자”고 우기면 기쁘겠다. 엄마랑 같이 갈 서울 꿔바로우 맛집을 알아봐야지. 돌아오는 겨울에는 딸기를 세 박스쯤 잔뜩 살 거다. 손주가 한 박스 먹어도 엄마가 걱정 없이 두 박스 먹을 수 있게, 딸기 파티를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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