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죽었다.
장례식장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모두 나에게 찾아와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던 것 같다.
괜찮다.
아니
괜찮아 질 것이다.
나는 오늘 아빠를 다시 살려 낼 거니까.
제1장
죽음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오늘도 그 여느날과 다름없이 엄마의 잔소리로 아침잠을 쫓아내며 일어났다. 사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난다면 여유롭게 가족들과 대화하고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할 수 있었겠지만, 매일 밤 나를 유혹하는 SNS의 매력은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 같다.
“너 진짜 빨리 안 일어날래? 이번이 세 번째다! 얼른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지금이다. 엄마가 정확히 나를 세 번째 깨우러 올 때가 내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다.
씻고 나오면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할 수 있고, 조금 급하긴 하지만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고 나면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놓치지 않는 완벽한 시간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겨우 씻고 나왔더니, 오늘따라 엄마의 된장찌개 냄새가 내 위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보통 시간이 빠듯하거나 아침 메뉴가 별로일 때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집을 뛰쳐나왔겠지만, 오늘은 유독 아침밥이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엄마, 나 밥 먹고 갈 수 있겠지?”
생각보다 촉박한 버스 시간에 초조해하며 엄마에게 밥이 준비되었는지 넌지시 물었다.
“그러니까 5분만 일찍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면 여유롭게 밥을 먹고 갈 수 있잖아. 얼른 옷 갈아입고 앉아서 밥 먹어.”
이때다 싶어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고, 식탁 앞에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라. 오늘은 아빠가 학교까지 태워다 줄게.”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아직 출근하지 않으신 아빠가 소파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계셨다.
“아빠, 오늘은 아직 출근 안 했네? 오늘은 많이 안 바빠?”
괜시리 미안해서 한번 물어봤다. 사실 아빠가 하시는 쓰레기 폐기 일이 잘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빠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아빠는 언제나 아침 일찍 출근하여 모은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기계로 압축하여 부피를 줄이는 일을 밤늦게까지 하다가 돌아오셨다.
“그래, 그러니까 천천히 먹고 다 먹으면 내려와.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빠는 밥을 먹고 있는 내 뒷모습에 말을 건네며 집을 나섰다. 분명 담배를 피우러 먼저 나가신 것이 틀림없다. 우리 집에서 유일한 흡연자인 아빠는 매일 같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서 나와 엄마에게 잔소리를 득달같이 들으니, 종종 이렇게 먼저 나가서 담배를 피우곤 하신다.
“참, 아빠도 담배를 빨리 끊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이제 나이도 있어서 건강이 금방 나빠진다니까.”
밥을 입에 한가득 물고 투덜거리며 하는 소리를 엄마가 듣더니, 함께 맞장구를 치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그래 이참에 너가 진득하게 앉아서 얘기 한번 해봐라 안 그래도 요 며칠 전에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병원에서 방문하라고 연락이 왔더라. 술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 줄이라고 얘기 좀 해봐! 내가 말 하면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요즘 안색도 많이 좋지 않고, 피곤해 하긴 하시는 것 같았는데 건강검진 결과가 이렇게 나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알겠어 엄마. 내가 한번 아빠랑 잘 이야기해볼게 아침 잘 먹었습니다! 학교 갔다 올게!”
나는 급하게 마지막 한 숟가락을 입에 구겨넣고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집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은 5층인데, 구축 빌라라 엘리베이터가 없어 언제나 성큼성큼 뛰어 내려갔다.
요즘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오늘 학교 가는 길에 아빠랑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이왕이면 술과 담배도 좀 끊으라는 말을 꺼내기로 생각을 하며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어릴 적에는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아빠가 일하는 곳에서도 자주 놀곤 했지만, 중학생 시절의 사춘기를 지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다가가니,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피우고 계신 아빠의 옆모습이 보였다.
아빠는 내가 보이자 피우던 담배를 캔 커피에 넣고 트럭에 올라타셨다. 나도 곧바로 옆자리에 올라탔다. 아빠가 열쇠를 꽂고 힘껏 돌리며 시동을 걸자, 오래된 수동 포터트럭이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매연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빠, 차가 너무 오래됐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브레이크 문제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면서? 이 차 팔고 좀 더 괜찮은 차로 바꾸는 게 어때?”
나는 아빠를 걱정하는 듯이 얘기했지만, 사실 내가 이 차를 타고 싶지 않아서 얘기하는 마음이 더 컸다. 내 친구들 대부분은 멀쩡한 승용차를 타고 다니시는 부모님들이 많았으니, 마음속에 숨어 있던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조금 새어나와 아빠에게 얘기했다.
“아직 탈 만하다. 안전벨트나 똑바로 매”
아빠의 말에 입을 다물고, 아빠를 향해 돌아있던 몸을 똑바로 고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
우리 집에서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동네가 너무 시골인 것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 5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정말 등하교 시간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간다면 20분에서 30분 정도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이유인 즉슨 매 승강장 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산길을 이용한다면 금방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초반에는 아빠에게 매일 아침 등교를 부탁했지만, 출근 시간이 나보다 빨랐던 아빠는 언제나 먼저 출근하시곤 했다. 당시에는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보다 먼저 출근하는 아빠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단지 나를 학교에 태워다 주는 것을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와 아빠가 일하는 장소는 정반대였으니 귀찮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에야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이 익숙해져 별 생각이 없지만, 가끔 이렇게 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면 아직까지도 아빠가 등교를 도와줄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운함이 들곤 한다.
“아빠, 건강검진 받았다면서? 엄마한테 들어보니 간 수치가 안 좋다던데?“
한동안 적막을 깨고 내가 먼저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아빠와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어쩌다 한번 오는 지금 30분 정도였으니, 이 순간에 아빠의 건강 문제를 비롯해 나눌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야 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나의 질문에 아빠는 짧게 대답하셨지만, 나는 그치지 않고 아빠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니, 아빠. 이제 나이도 있는데 담배도 끊고 술도 좀 줄이고 해. 병원에서 위험하다고 하는데 굳이 고집 부리면서 계속 하는 이유가 뭐야? 가족들도 다 싫어하는데, 이제 아빠도 건강을 생각해서 조절해야지!”
아빠는 묵묵히 운전을 하면서 나의 잔소리를 듣고 계셨다.
“만약 병원에서 아빠의 간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이대로 가다간 간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나도 이제 내년이면 고3이 되고,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만약 아빠가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오면 나는 어떻게 하고!”
아빠를 걱정한다고 시작한 말이 어느새 이기적인 말로 변질되고 있었지만, 한 번 탄력을 받은 말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나의 목구멍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나도 무서워. 아빠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꼭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료받고, 담배랑 술도 이번 계기로 조금 줄여봐 알겠지?”
아빠는 여전히 아무 대답없이 운전만 하고 계셨고, 나는 반응이 없는 아빠의 태도에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도 그렇고, 아빠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사실 그렇게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잖아? 이제 그 일도 그만 접고 조금 더 편하고 덜 힘든 일을 하자. 계속 쓰레기 폐기물 처리하면서 일할 수는 없잖아!”
실제로 그랬다. 우리 집은 부유하기는커녕, 관점에 따라 평범하지도 못 한 가정형편이었다. 무엇보다 난 적어도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셨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면서 가끔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셨다. 3살 터울인 누나는 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여 현재는 도시로 나가 매달 집으로 용돈을 보내주고 있다. 나는 우리 집, 우리 가족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랑한다. 하지만 가난, 이 빌어먹을 가난은 죽도록 싫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아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생각해 보마, 안 그래도 일이 이제 힘에 부쳐서 정리할까 고민 중이다.”
막상 아빠가 일을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니 기분이 이상했다. 난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누나처럼 졸업 후 바로 취업하여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다. 공부를 조금 더 해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아빠! 내가 나중에 대학교까지 졸업하면 아빠랑 엄마랑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도울게!”
의도적으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의미로 얘기를 했고 계속 무표정으로 듣고 계셨던 아버지의 얼굴이 순간이지만 나의 대학 얘기에 살짝 어두워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 얘기를 끝으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오랜만에 하는 아빠와 나눈 대화에서 잔소리만 늘어놓은 것에 신경이 쓰였고,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생각나는 다른 아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요즘 일은 좀 어때? 많이 힘들어?”
멍청한 질문이자 섣부른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방금 일이 힘들어 정리할까 고민하시던 아빠에게 대학 얘기까지 하며 무거운 분위기로 이끌었는데, 일이 어떠냐니... 다시 생각해도 멍청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요즘 일하는 상황을 알려주셨다. 아마도 나의 질문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거래하는 업주나 개인도 많이 줄어들었고, 쓰레기를 압축하고 폐기 처리해주는 기계도 오래되어서 말도 못해, 계속 잘 작동하는지 지켜봐줘야 하고, 걸리는 것 하나하나 빼내고 말도 아니야”
아빠는 계속해서 일을 하며 겪는 고충과 문제점들을 나에게 얘기하기 시작했고, 나도 나름대로 아빠의 말에 호응을 하며 듣고 있다 문득 옛 생각이 나서 아빠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아빠 작업장에 가서 놀 때, 아빠랑 나만 아는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서 거기서 자주 놀곤 했었는데, 아직도 그곳이 남아 있으려나?”
가볍게 한 질문이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빠의 작업장을 따라가면 작업장 눈에 띄지 않는 한켠에 아지트라고 부르며 놀던 곳을 아빠가 남은 철과 판자 같은 것들로 창고처럼 만들어 주셔서 종종 놀던 기억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으로 넘어가면서 그곳을 한 번도 찾아가 보지 않았고, 당연히 아빠가 이제 정리해서 창고로 사용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공간이 꽤 컸었던 것 같다.
“아직 그대로 있다. 네가 가지고 놀던 것도 그대로 있을 거다.”
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운전을 하는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찾지 않은지 벌써 몇 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안 갈지도 모르는 곳인데, 아직까지 그곳을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빠가 무슨 생각으로 그곳을 그대로 두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것 같아서 조금 미안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아직도 그대로 뒀어...? 그냥 치우지. 아빠가 안 그래도 적재할 공간도 없어서 문제라고 하더니, 거기 비우고 쓰지 그랬어. 사실 이제 내가 가면 얼마나 간다고.”
괜한 미안함 때문에 아무 말이나 뱉으며 아빠를 쳐다봤다.
“그 정도로 짐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곳은 네 공간이니까.”
옛날에 아빠가 허락도 없이 비밀 아지트에 짐을 쌓아놓았을 때, 내 공간인데 아빠가 마음대로 허락 없이 사용하면 어떻게 하냐고 울며불며 화를 냈었다. 그 이후로 아빠는 비밀 아지트에는 절대 짐이나 쓰레기를 쌓아두지 않으셨다. 난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약속을 아직도 혼자서 지키고 있는 아빠에게 미안한 감정과 더불어 아빠가 조금 짠하게 느껴졌다.
“그거 뭐라고... 아잇 그래!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가서 정리 한번 싹 하고 아빠에게 이제 넘겨줄게! 아니다, 이번 주말은 약속이 있고... 다음 주... 도 안 되네... 무튼! 언제 한번 같이 가자! 생각해 보니 옛날에 아빠랑 함께 이것저것 만들었던 장난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추억이네.”
아빠는 내 말을 들으며 옅게 웃으시는 것 같았고, 나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