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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Nov 09. 2021

게임을 시작하지! 옛이야기 게임의 이모저모

가볍게 읽는 한국 신화

초장에 솔직히 말할게 이번 에픽레터 오징어게임에 묻어간다. 우리 구독자들.. 요새 여기저기서 오징어게임 말이 많아서 조금 질리지? K도 유행에 휩쓸리는 거 정말 싫어했거든. 근데 또 내가 콘텐츠 만드니까 유행을 안 따를 수가 없다. 거 같은 직장인끼리 이해 좀 합시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원조가 어느 나라냐 말이 많은데, 오늘은 원조 논란 1도 없는 한국 옛이야기 속 게임을 소개해줄게!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 모이십쇼.





출처 : https://www.inven.co.kr/board/fifaonline4/3146/3336522

나는야 지독한 컨셉충. 게임처럼 에픽레터를 시작해본다. 


우리는 어떤 민족? 게임의 민족!

K는 이렇게 생각해. 우리에게는 게임 DNA가 흐른다. 이렇게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게임을 내기로 바꾸면 고개가 끄덕여질걸. 우리 옛이야기에는 내기가 정말 많이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분이 K에게 “왜 우리 신화에서 중요한 일은 내기로 결정하죠?”라고 물었을 정도야. 누가 신이 될지 결정하는 것부터, 아내 혹은 남편이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재미로 이유도 다양하지.


게임하면 역시 도깨비

그렇다면 누가 게임왕이냐, 게임 절대 강자는 역시 도깨비야. 드라마 이후로 도깨비 이미지가 많이 점잖아졌지만, 옛이야기 속 어리숙한 장난꾸러기야. K에게는 명절에 만나는 육아 난이도 100점짜리 초딩 사촌 동생 느낌? 장난기가 많고 심술궂어서 인간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거든. 특히 씨름에 환장하는데 지나가는 사람 앞을 막고 다짜고짜 씨름하자 제안하기도 하지. 도깨비에게 게임은 인생이야. 이 게임에는 이유가 없어.


창세신화에도 등장하는 게임

세상의 기원을 설명하는 창세신화에서도 게임이 등장해. 능력이 비슷한 두 인물이 신 자리를 좋고 경쟁할 때 누가 더 뛰어난지 판가름하는 요소가 게임이야. 한국에는 함경북도와 제주도 지역에 창세신화가 전해지는데, 두 신화에서 똑같이 ‘꽃 피우기 내기’가 등장해. 같은 꽃씨를 심어서 누가 더 꽃을 잘 피우는지 겨루는 거지. 여기서 이기면 이승을 다스릴 자격을 얻고 지면 저승을 다스리는 거야. (상금 456억? 귀엽네^^) 그런데 이 내기에서 누가 이기는 줄 알아? 능력 쩌는 인물이 아니고 뒤처지는 인물이야. 비열하게 속임수를 써서 이기지.

출처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염라대왕님.. 왜 또 여기서 게임하고 계세요. 꽃 피우기 내기 이후로 게임에서 벗어나질 못하시네. 그때 속임수 때문에 져서 저승 다스리고 계신 거잖아요. 아휴 이제 좀 그만 하세요. 도박문제 전문상담은 국번없이 1366


오누이의 살벌하고 슬픈 게임

아주 살벌하고 슬픈 게임도 있어. <오누이힘내기>라는 남매가 서로 겨루는 게임인데 결말이 아주 충격이야. 옛날 홀어머니가 힘이 센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살았는데, 남매가 모두 힘이 세니까 한집에서 같이 살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성 쌓기 내기를 해서 지는 사람을 죽이기로 했어. 딸이 앞서나가자 그걸 본 어머니가 딸을 방해하고 결국 아들이 이겨서 딸은 죽고 말아. 왜 같은 자식인데 차별해요?

나 지금 감정이입 장난 아니다. 엄마 머선일이냐!!!!!!!!!!!!!


게임으로 현실의 불평등 드러내기

게임에서 이긴다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능력을 입증한다는 뜻이야.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시험, 면접들이 결국 게임이라 할 수 있어. 주어진 시간 안에 남을 제치고 결승선으로 들어가야 해. 매우 잔인한 일이지. 옛이야기에서 게임은 단순한 흥밋거리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불평등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아. 앞서 소개한 창세신화와 <오누이힘내기>가 대표적이지. 이야기는 속임수를 쓴 인물과 아들의 승리로 끝나지만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줘. ‘이런 승리가 옳은가?’ 생각하게 만들지.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K는 이런 생각을 해봤어. 게임이 현실의 힘듦을 나타내는 방편이었을 수도 있겠다 말이야. 모든 게임은 현실의 불공평을 담기 마련이야. <오징어게임>도, <헝거게임>도. <배틀로얄> 같은 이유 없는 게임도 마찬가지지. 즐겁기 위한 게임이 현실의 어두운 면을 담는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나훈아도 말했어,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에픽창고

한국민속신앙사전, <도깨비>,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1968

한국민속문학사전. <오뉘힘내기>,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6132

신동흔, <태초에 신과 신, 나와 나의 싸움이 있었다>,   https://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1009008.html

김준희, <「오누이 힘내기」 설화 연구 : 담론 층위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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