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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Nov 09. 2021

특명 : 시어머니 고약한 성격을 바꿔라

가볍게 읽는 한국 신화

에-하! 2주 만에 에디터 K가 돌아왔어'ڡ'४ 다들 추석 연휴 잘 보냈니? 이번 주 주 5일 일하려니까 뭔가 어색하다. 연휴는 끝났는데 왜 내 마음은 아직 17일에 머물러 있는지.. (대표님 사랑합니다. 저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충성충성!) 요새는 문화가 많이 변해서 차례 지내지 않는 집도 있고,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지 않고 각자 쉬는 집도 많아졌지. 하지만 세상 모든 며느리에게 여전히 명절은 힘든 날이야. 오늘은 고생한 며느리들을 위한 며느리 특집!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통쾌한 이야기와 함께 연휴 후유증을 날려보자!


웹툰 ‘며느라기’ 제사 편(인스타그램 캡처)

명절에 혼자만 고생하는 며느리가 없었으면.  


팔수록 끔찍한 시집살이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보다는 집안과 집안끼리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강해. 결혼하면 친정에서 ‘출가외인(出嫁外人)_시집간 딸은 친정과는 남이다’으로 취급되었기에 어떻게든 시집에 적응해야 했어. 며느리에게는 특히 순종과 인내가 요구되었는데,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말이 며느리들에게 요구되었던 말도 안 되는 억압을 잘 보여주지. 시집살이가 시작된 지 불과 400년밖에 안 되었는데 얼마나 사람을 달달 볶았는지 이야기가 끝이 없어. 시집살이는 정말 알면 알수록 끔찍해.


고구마 답답이 시집살이 이야기

며느리의 고단한 시집살이는 이야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며느리가 시집갈 때 돌을 가지고 가서 돌이 말할 때까지 벙어리로 산다는 내용이나, 시집 식구들에게 모함받고 결국 자결하는 내용의 이야기도 있어. 밥이 잘 익었는지 밥풀 몇 개를 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었다거나, 떡국에 떡이 부족하다며 시어머니가 하도 야단을 쳐서 며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이런 이야기들은 며느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출처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82287

남몰래 뒤돌아서 우는 모습이 슬프다. 


속이 시원해지는 사이다 며느리썰

현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부당한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이야기도 필요한 법이지. 지금부터는 꽉 막힌 가슴을 속 시원하게 뚫어버린 사이다 며느리 이야기를 해줄게. 이른바 <시어머니 길들인 며느리> 유형으로 불리는 이야기야. 여기서 시어머니는 극성스럽고, 악질에, 못되고, 억세고, 사나운 성격을 가진 인물로 등장해. (이렇게 안 좋은 성격 몽땅 갖기도 힘든데 그걸 해내네ㅎㅎ) 이에 맞서는 며느리는 강심장에 배포가 큰 인물로 등장하지. ‘시어매가 싸나우면 뭐 며느리 잡아먹나?’라며 제 발로 못된 시어머니를 찾아가.


특명 : 시어머니 고약한 성격을 바꿔라

이야기 속 며느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어머니 성격을 고쳐놓지.  ① 일부러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서 스트레스 받게 하기. 나쁜 행동 따라하고, 일부러 음식 이상하게 만들고, 말빨로 시어머니 조지기. ② 과격한 폭행으로 초장에 기죽이기. 몸종이나 가마꾼 같은 계급 낮은 사람을 폭행해서 시어머니가 겁먹도록. ③ 시어머니 간접적으로 위협하기. 시어머니 먹는 밥에 모래를 넣어서 ‘나 건들면 재미없다’를 보여줌. ④ 시어머니 직접 때리기. 이 구역의 불주먹은 나야 나! 시어머니를 정말 때려서 버릇을 고쳐.

사진출처 : 게비스콘 광고

시어머니 버릇 고친 며느리를 본 사람들의 평가

시어머니 버릇 고치는 며느리의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못됐다는 평가를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며느리가 이후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던가, 시어머니보다 열 배는 살림을 잘 살았다며 며느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덧붙는 결말이 많아. 시어머니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그걸 고친 며느리를 좋게 바라보는 거지. 잘못도 없는데 트집 잡아서 괴롭히는 거 진짜 극혐인 거 우리 모두 알잖아?


가부장제가 극심했던 조선시대에 시어머니에 맞서거나 더 나아가 때리는 건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던 며느리에게 이런 이야기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지.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우리가 해외여행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옛날 며느리에게는 이야기가 대리만족의 창구가 되었어.



한국일생의례사전, ‘시집살이’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285

박현숙, 「<시어머니 길들인 며느리> 설화에 반영된 현실과 극복의 문제」, 구비문학연구 31, 한국구비문학회, 2010

신동흔 외, <시집살이 이야기 집성 세트 : 전 10권>, 박이정,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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