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하! 지난 2주 동안 금기와 욕망을 다룬 이야기를 살펴봤어. 오늘은 눈에 보이는, 시각화된 욕망을 다뤄볼까 해. 금기와 욕망은 그동안 영화·드라마에서 꾸준히 다뤄졌던 소재인데 얼마 전부터 새로운 경향이 보여.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 욕망이 괴물과 연관되는 모습이야. 이런 모습은 특히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지금부터 같이 살펴보자.
2018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버드박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로 이 영화로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폭증하기까지 한, 엄청난 유행작이야. K도 그때 <버드박스>가 재밌더라 소식을 듣고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시작했거든. 지금은 순위가 바뀌었겠지만 개봉 당시 넷플릭스 최고 개봉실적을 기록한 영화였지. 현재는 후속편과 스핀오프가 모두 제작 예정이라고 해.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알겠지?
<버드박스>에는 인류를 종말로 이끄는 ‘그것’이 등장해. ‘그것’은 괴물이라고도 불리고 악령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둘 다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야. 왜냐면 형체가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거든. 그것이 다가오면 자동차가 흔들린다거나 바닥에 쌓인 낙엽이 날아오르는 등 징후가 나타나고, 물체가 자동차에 가까이 오면 ‘삐비비비’ 소리가 나는 센서에도 감지돼. 그니까 뭔가 있긴 있는 거야.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것’은 눈을 통해 사람들을 장악해.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듯이 그것을 눈으로 보면 감염되는 거야. 그것에 감염되면 사람들은 달리는 차 앞에 뛰어든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갑자기 자살해. 그래서 그것이 퍼진 후로 사람들은 눈을 가리고 다니지.
그것은 명확한 형체가 없어. 사람마다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목소리도 달라져. 그것을 본 사람들은 죽기 전 모두 다른 사람 이름을 부르며 죽고, 그것에 홀리지 않겠다고 눈을 감고 있으면 지인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람을 홀리지. 목소리를 바꾸는 건 한국의 '장산범'과도 비슷한 특징이야.
K는 이런 ‘그것’의 특징이 지난번 살펴본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속 환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 속 비밀과 <버드박스> 속 그것은 남들은 알지 못하는 마음속 깊은 욕망을 건드리고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서 상대를 홀려. 결국 상대를 죽게 만든다는 것도 동일하지. 비슷한 설정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게 신기하지 않아? K는 에스토니아 이야기를 먼저 접하고 영화 <버드박스>를 봤었는데 그것의 설정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란 기억이 나.
드라마 <스위트 홈>은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야. 어쩌다 보니 오늘 소개하는 작품이 모두 넷플릭스 작품이네. (광고 아니지만 광고를 주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최근 연달아 전 세계를 휩쓴 <지옥>, <오징어게임>이 있다면 그 전에는 <스위트 홈>이 있었지. 원작 만화를 각색한 <스위트홈>은 인간이 괴물로 변한 세상에서 히키코모리 10대 소년 현수가 이웃들과 힘을 합쳐 괴물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드라마야. K는 유행이 살짝 지난 후에 드라마를 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 K의 최애는 극 중 정재헌이라는 목사로 나왔던 김남희 배우.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사랑했었다.
‘그것’이 외형이 영화에 드러나지 않고 은근하다면 드라마 <스위트 홈> 속 괴물은 말 그대로 욕망의 표현이야. 드라마에서 괴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인 만큼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데 태아 괴물, 육상 괴물, 잡자 괴물, 프로틴 괴물 등이 있어. 이들은 모두 괴물이 된 사람이 생전에 가졌던 욕망을 그대로 담고 있지. 그리고 괴물이 되면서 욕망이 집중된 부분이 아주 크게 부각돼. 예를 들어 프로틴 괴물은 생전에 근육과 운동에 집착하던 사람이 변한 괴물이라서 근육이 엄청 커지고, 잡자 괴물은 괴물로부터 아들을 구하려는 욕망이 강했던 사람이 변한 괴물이라서 팔이 길어지지. 각자 감춰온 욕망이 발현되면서 다양한 괴물로 변하고 이런 증세가 온 세상으로 퍼지지.
주인공 현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괴물이 되면서도 인간성을 유지해. 그래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괴물과 맞서 싸워. 현수 덕분에 사람들은 괴물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지. K는 현수가 괴물 사이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는 모습에서 <장자못 전설> 속 며느리가 떠올랐어. 며느리도 인색한 부자집에서 착한 모습을 유지하잖아. 지난 레터에서 며느리가 계속 부자집에 머물렀다면 며느리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말 기억나니? 현수도 언젠가는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텐데, 어떤 선택을 내릴까? <스위트 홈>은 지금 시즌2가 제작중이라 현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결과가 궁금해져.
인간의 욕망이 괴물과 연결되고 점점 시각화 되는 현상이 K는 무척 흥미로워.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면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괴물과 연결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봐. 설화와 영화, 드라마의 연결은 항상 신기하고 재밌어. 다음 레터에서도 같이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