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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May 26. 2022

콘텐츠리뷰 : 언더월드 오피스(강추!)

고전콘텐츠 뿌수기 3화

요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살피고 있다.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나름의 자료 조사를 하는 셈인데, 하면 할수록 시장 조사란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내게 부족한 부분들이 속속들이 보여서 놀라울 따름이다. (근데 조사하다 보면 일은 하기 싫고 계속 조사만 하고 싶어지는 게 함정)


오늘 리뷰할 콘텐츠는 <언더월드 오피스>이다. 물론 겜알못 나는 몰랐지만 꽤나 유명한 게임이고, 2021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인디 게임 우수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게임을 하면서도 오오 재밌다!! 싶은 구석이 많았다. 우수상 수상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달까?!


이 게임을 고전 콘텐츠 뿌수기에서 다루는 걸 의아해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고전과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게임은 앞서 다룬 <설화탐정>이나 <사망여각> 같이 고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이 아니다. 일러스트나 게임 스타일도 고전풍, 동양풍과 거리가 멀다. 굳이 따지자면 현대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럼에도 고콘뿌에서 다루는 건 곳곳에 고전적 요소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일단 삶과 죽음, 그 경계에 있는 유령사무소가 배경인 만큼 게임의 기본이 되는 세계관 자체에 고전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소장 캐릭터는 완전*100 고전캐이고, 또 주인공이 사용하는 혼지킴이꽃도 고전 속 아이템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고콘뿌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겠다 판단, 리뷰를 준비했다.


그럼 지금부터 리뷰 시작!

주인공 유진과 그가 사용하는 혼지킴이꽃이 담긴 사진, 소장이 사용하는 부채 아이템이 눈에 띈다.




1. 게임 전반 리뷰

나는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이 게임을 접했다. 앱스토어에 선택, 인터렉티브 등 키워드를 치다가 하게 된 어찌보면 얻어 걸린 게임이다. <언더월드 오프스> 말고도 <7days>가 있어 같이 다운 받았는데, 알고 보니 두 게임 제작사가 같다고 한다. 어쩐지 형식이 비슷하더라..!


우선 이 게임의 제작사는 둘로 나뉜다. 게임 스튜디오 Buff Studio와 스토리를 만드는 워니프레임. 이중 워니프레임은 네이버 웹튼 <골방환상곡>의 작가 박종원 대표가 세운 회사라고 한다. 웹툰 작가가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직접 아트를 담당하여 협업한 사례로는 국내 최초라고 하니, 시도부터가 주목받을 만했구나 싶다.

정리해보면 게임 스튜디오 자체 제작이 아닌 스토리를 담당이 따로 있는 셈인데, 이게 <언더월드 오피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내가 게임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언더월드 오피스>는 스토리 요소가 게임 전체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게임적 요소는 별로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적 요소는 유저가 주인공을 직접 조종(?)한다던가, 어떤 아이템을 수집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던가, 게임에서 체력을 깎아먹는 npc를 때려 죽인다던가 하는 것들을 말한다. (내가 게임 용어를 잘 몰라서 전달이 잘 되는 지 모르겠다ㅠㅠ) 게임을 하면서 유저는 메신저 형식으로 전해지는 스토리를 익히고, 특정 분기점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하는 정도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가끔 큰 이미지가 등장하거나, 짧은 애니메이션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정적인 편이다.


 이런 형식의 게임을 '비주얼 노벨' 이라 한다는데, 사실 나는 이런 용어도 처음 알았다. 신기방기. 이런 유형의 게임을 따로 부르는 말이 있을 만큼 많은 유형이 있구나 싶었다. 이름을 잘 붙였다 싶은 게 정말 소설 읽는 중간 중간에 삽화가 들어간 느낌이었다.


게임 실행화면은 이런 형식


지난 리뷰에서 다룬 게임 <사망여각>이 게임적 요소가 아주 강한 게임이었다면, <언더월드 오피스>는 스토리 요소가 강한 대척점에 놓인 게임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더월드 오피스>가 조금 더 재밌었다. 내가 게임을 잘 못해서 게임적 요소를 못 다루는 것도 있지만, 이 게임이 훨씬 몰입이 잘 되며 재밌었다. (반응을 보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듯 하다..ㅎㅎ) 별다른 기술 없이 스토리만으로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게임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유진은 혼자가 익숙하고 매사에 자신이 없다.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혼자여서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 할 때가 많다. 자신이 없다 보니 스스로가 밉고 싫다. 최근에는 거울 속 자신이 자신을 비웃고 괴롭히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그런 유진이 우연히 유령역 유령사무소에 가게 되고, 여러 동료를 만나면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유진은 성장하여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전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져 출구 없는 괴로움에 허덕이기도 한다.


엔딩은 총 7개로, 나는 하루만에 6개를 다 봤다. 게임 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고, 빨리 하면 나처럼 하루에도 가능하다. 사실 7개 다 보고 싶었는데 너무 눈 아파서 6개에서 만족했다..ㅎ 엔딩 이외에도 칭호라고 해서 유저 선택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르다. 칭호는 엔딩보다 훨씬 많은 편인데, 같은 엔딩이라도 순간순간 선택에 따라 세부적으로 바뀌는 게 꽤 많은 듯 하다. 실제 내가 선택할 게 엄~~청 많은 편인데 그 선택마다 뭔가 의미가 있구나 싶었다.



2. 게임 속 고전 요소

<언더월드 오피스>는 유령역 유령사무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유령역은 저승과 이승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곳으로 살면서 저지른 악행을 청산하는 곳이다. <언더월드 오피스> 세계관에 따르면, 사람은 죽어서 바로 저승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인 유령역으로 모인다. 여기서 삶에 대한 미련과 살면서 저지른 악행, 살면서 받은 선행을 모두 청산하면 온 몸이 빛으로 변하며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미련과 악행을 청산하지 못하면 평생 유령역 유령사무소에서 살아야 하며, 청산 후 영혼이 가는 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기에, 게임 속 캐릭터는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섞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지른 악행의 정도에 따라 온통 검기도, 하얗기도 하다.


주요 등장인물 사진! 보면 인물들이 하얗기도, 까맣기도 하다.


게임의 바탕이 되는 세계관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특히 <신과 함께>를 필두로 <쌍갑포차> 등,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 사이를 다룬 작품이 최근 많이 등장하는 걸 생각하면 특이한 설정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승과 저승 그 중간 단계는 최근 들어 생겨난 콘텐츠 경향이라 본다. 사실 한국 설화 자료에는 이승과 저승 그 중간을 다룬 자료가 거의 없다. 내가 직접 본 건 없고.. 어디 숨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거의 없다는 표현이 가장 좋지 않나 싶다. 자료가 있어도 죽어서 저승 갔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해서 다시 살아난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 자료가 주를 이룬다. 그런 자료에서도 이승과 저승만 있는 셈이다.


이렇듯 전통의 삶-죽음의 세계관에서는 이승과 저승만 존재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영혼은 산 자들의 세계에 함께 산다. 이렇게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 못하는 영혼은 대부분 귀(鬼)로 취급된다. 전통의 세계관에서 저승은 그렇게 빡빡한 곳이 아니다. 살면서 큰 죄를 짓거나, 몰래 남을 괴롭히거나 등등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가차없지만 대부분 성실하게 삶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티끌만한 잘못도 없거나 살면서 지은 죄를 다 청산해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우리 무속 세계관 속 신들은 정말 너그럽기 때문에 혹여 내 잘못이 있어도 다 받아주는 그런 신에 가깝다. 불교의 영향을 받는 염라대왕은 또 모르겠지만 한국 신들은 일단 그렇다.

내가 한국 무속신화를 공부하며 매력을 느낀 것도 이런 지점이다. 한국 무속신화를 공부하면서 신화 속 신들이 나와 함께 한다면 정말 포근하겠다, 싶을 때가 많았다. 나는 조금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항상 잘해라, 최고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한국 무속신화 속 신들은 참 너그러워서 그런 신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 자체로 위안을 받곤 했다. ....굉장히 찐따스러운 말인 거 나도 안다..ㅎ


다음으로 고전이 보이는 부분은 중심 인물 소장!! 소장은 일단 복장과 사용하는 아이템부터 조선시대 느낌이 뿜뿜이다. 캐릭터 설명에서 소장을 18-19세기 죽은 인물이라 하니 내가 느낀 설정이 맞는 셈이다.


게임 상세 페이지에 나온 소장의 일러스트, 과거에 한 직책했나보다. 게임에서 엄청난 인기캐라고 함


<언더월드 오피스>에서는 소장의 과거가 풀리지 않아 왜 죽어서 유령사무소에 왔는지는 모른다. 주요 인물이 대부분 현대인인데 유일하게 조선 시대 복장을 한 인물이다. 사실 반 주인공일 정도로 게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큼 과거에 대한 떡밥이 넘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 (참고로 <찰리 인 언더월드>라고 후속이 나왔다는데 거기에서는 떡밥이 꽤나 많이 풀린다. 유튜브로 영상을 봤는데 생각했던 내용이랑 다른 걸 넘어서 거의 파국 수준이라 놀랐음..)


개인적으로, 조선시대 배경+악령하니 신립장군 설화를 모티프로 해도 좋았겠다 싶었다. 신립장군 설화를 대략 설명하자면, 신립장군은 임진왜란 시기 실존했던 엄청 잘나갔던 장군이다. 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 모두가 그가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웬걸, 충주 탄금대 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역사적 사실이고, 이와 관련하여 신립이 왜 얼탱이 없이 졌느냐에 관한 설화가 하나 전해진다.


전쟁이 터지기 전 일이다. 신립이 사냥을 갔다가 길을 잃어 헤매는데 산 속 깊은 곳에서 외딴 집을 발견했다. 그 집에는 과부 한 명이 살았는데, 사정을 말하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냐 물어보니 과부가 "이 집에는 괴물(실제 괴물이기도 하고 살인마인 경우도 있음)이 사는데 괴물이 가족을 다 죽이고 오늘은 제가 죽을 차례입니다. 그러니 묵어갈 수 없습니다."라며 거절했다. 이에 신립은 자신이 괴물을 무찔러 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괴물을 무찔렀다. 다음날 신립이 길을 떠나려 하자 과부가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애원했다. 신립은 결혼한 몸이니 과부를 데려갈 수 없다며 거절하고 길을 떠났다. 한참 길을 가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신립이 돌아보니 과부가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과부는 "나의 죽음을 똑똑히 보라!"며 몸에 불을 질러 죽었다. 신립은 여인의 죽음을 보고도 마음을 바꾸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있었던 일을 말하니, 장인은 "과부가 홀로 산에서 살 수 있겠냐, 그녀를 데려왔어야 한다."고 신립을 꾸짖었다. 시간이 지나 신립이 탄금대 전투를 하기 전 날, 꿈에 죽은 과부가 나타나 진을 칠 곳을 알려주었다. 신립은 과부의 말을 듣고 군사 집결지를 바꾸었는데, 그 결과 왜군에게 당해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 설화는 '신립은 과부를 도와주고도 왜 죽었는가?'가 첨예한 화두로 떠오르며 사람마다 반응이 갈리는 것이 특징이다. 억울한 원혼, 원귀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설화이며 신립이 죽은 이유에 대해 여러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소장의 과거과 신립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자신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줬는데 왜 죽었는지 몰라 억울했고, 그래서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다면? <찰리 인 더 월드> 요약본을 본 입장에서 소장의 과거 떡밥이 조금 아쉬웠는데 신립장군 설화를 모티프로 해서 소장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어땠을까 막 상상이 됐다ㅋㅋㅋㅋ


상상을 이쯤에서 마치고,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소장 캐릭터에서는 부채가 눈에 띈다. 이 부채가 되게 중요한데 소장이 원혼을 무찌를 때 이 부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채를 접었다 폈다 휘두르는 모습이 꽤나 볼만하다. 나는 이 부채가 무척 신선했다. 부채는 일상 생활 필수 요소가 아니다. 옷, 신발, 상투 등은 꼭 필요한 게 맞는데 부채는 있으면 편리한 일상 생활 요소? 같은 물건인데 이걸 캐릭터 아이템으로 넣고 (나름의) 액션씬에 넣으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밖에도 <언더월드 오피스> 속 아이템 사용이 참 좋다. 헤이든의 모자나 조앤의 지팡이 모두 인물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반전의 요소를 줘서 아이템 보는 맛이 있다. 고민한 흔적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유진이 사용하는 혼지킴이꽃! 혼지킴이꽃은 말 그대로 사용자의 혼을 지켜주는 꽃이다. 유진은 죽은 사람이 아니고 살아있는 몸으로 경계를 오가는 사람이라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게 힘든데, 혼지킴이꽃을 물고 잠들면 쉽게 영혼을 분리할 수 있다. 혼지킴이꽃 이름을 보고는 바로 서천꽃밭과 거기서 자라는 많은 꽃들이 생각났다. <언더월드 오피스>가 고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이 아니니 적극 활용하긴 어려웠을 테지만, 그래도 꽃이 중요하게 활용되는 만큼 고전적 요소를 살짝 더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만약 찰리 인 언더월드 이후로 또 다른 에피를 생각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전생을 다루는 걸 추천한다!! 이때 고전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듯! 유령사무소에 일하는 주요 인물의 환생 전 과거를 설정해서 시언은 서천꽃밭을 다스리는 참관으로, 소장은 신립으로, 리버는 신립설화에 나오는 원귀라던가.. 진짜 내가 그림만 잘 그리면 팬아트 그려보고 싶다ㅠㅠ)




여기까지! <언더월드 오피스> 리뷰를 마친다. 뭔가 리뷰라기보다는 구구절절 감상평에 가깝지만,, 내 개인 브런치인데 뭐 문제 있나~~ㅎㅎ


겜알못인 내가 하기에도 정말 재밌었고, 또 화려한 게임적 요소보다 스토리의 힘이 잘 드러나는 게임이라 하면서 즐거웠다. 앞으로 내가 콘텐츠를 만들 때 자주 참고할 게임이 될 것 같다. 고전 관련 내용 말고도 스토리 전반 주인공의 성장 만족스러웠다!


별점 : ★★★★☆

한줄평 : 때로는 고전을 엉성하게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 살짝씩 녹여내는 게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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