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House가 아닌 Home을 상상하라
내집짓기를 이제 시작하려고 할 때, 건축주인 당신은 무엇을 먼저해야할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바로 집짓기를 '공부하는 것'이다. 아니 공부하라메?? ..가 아니고. 에코하우스의 윤방원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house가 아니라 home을 상상하고 공부해야한다... 건축주는 home plan을 잘하고, 건축가는 house plan을 잘하고 시공자는 housing을 잘하면 된다' 여기에 핵심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건축주를 꿈꾸는 이들이 가장 먼저 겪는 감정의 동요는 '막막함'일거 같다. 처음엔 꿈에 부푼다. 이것저것 공부하고 알아본다. 건폐율이니 철곤이니 습식 공법이 어떻고 단열이니 외장재니 점점점점 깊이 빠지게 된다. 스스로 이게 공부고 더 좋은 집을 보장할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정신차려보니 막연하다. 뭘어찌해야할지 갈팡질팡한다. 대부분 그렇다.
이때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 집을 어떻게 지을지는 전문가가 해결해 줄 것이다. 우리는 집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살 집'에 집중해야 한다. 이게 당연해보이는데, 막상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저 건축가에게 잘 지어주세요. 하며 자재나 고민하는거다. 내 집을 짓고자하는 건축주는 어떻게 Home을 상상해야 할까?
1. 그래서 가족들은 모두 이해하고 동의했는가?
보통의 이런 건축은 대충 이렇게 흘러간다. 90%이상이라고 장담한다.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원한다 - 대충 가족들의 허락을 얻는다 - 진두지휘한다. - 나머지는 어어어 하다보니 이젠 돌이킬 수 없다 - 완성!! 이렇게 지어진 집이 모든 가족에게 행복으로 다가올까? 그건 그렇다치고, 이 과정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길고 지난하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열정과 하여간 모든 리소스가 투입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족과의 지향점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저질러버렸다! 그 대가는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이거 진짜다. 집짓다가 집안 망치고 이혼하고 하는 사람들 실제로 많다.
그러니까 일단 이글을 읽고 있는 가장 달아오른 '나'는 나머지 가족도 이를 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재의 집은 어떤 면이 부족한지,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그건 집을 지어야 이룰 수 있는지, 집을 지을 것인가 말것인가의 제로베이스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어느 정도의 예산과 시간과 노력 등이 수반될 것인지도 인지시켜야 한다. 어렵고 힘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저질러버려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도 납득해야 한다. 이게 안된다면 그냥 접어라! 집짓기는 가족을 똘똘 뭉치게하기도, 흩어뿌려 부숴놓기도 하는 과정이다.
근데 사실 누군가 확 돌아서 밀어붙이지 않고서는 집짓기 시작하기 쉽지는 않더라만;;;
2. 우리가 원하는 집은 무엇인가?
가족들의 축복 속에 행복한 집짓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이제 새로 지어질 '우리 집'을 상상해보자. 이 작업은 언제 누구를 붙잡고 해도 재미있다. 상상 속에서 내집 짓는데 무엇을 못하겠는가?^^;; 방법은 아래와 같다.
가족 각자가 생각하는 집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안전한 곳, 따듯한 곳,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 뭐든 좋다. 자유롭게 대화해본다.
꼭 필요한 것을 좀 더 구체화해본다. 각자가 원하는 필요한 공간이나 시설이나 인테리어나 모양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이때 돈이 든다거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거나, 제약을 둘 필요는 없다. 그런 고민은 나중에 좀 더 구체화해도 된다.
반대로 지금과 달랐으면 좋겠는 것. 없었으면 좋겠는 것도 이야기해본다. 정답은 없다. 그거 싫어서 아파트 말고 내 집 짓겠다고 하는거 아닌가.
이것을 틈날 때마다 반복해서 나눈다. 그리고 정리해둔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아래와 같은 우리만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3. 현재의 삶을 대비해 구체화한다.
상상 속의 집과 현실의 삶은 차이가 있다. 현재 나와 우리 가족이 집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살펴보고 상상 속의 집을 구체화해보자. 이때 필요한게 '공부'다. 아파트에만 살아온 우리의 상상력은 매우 빈곤하고 얄팍하다. 상상력을 넓히고 원하는 집을 짓기 구체화하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한거다. 이때 아래의 방법을 참고해보자.
현재의 주거 공간을 파악하고 대략의 수치를 재본다. 가구나 전자기기 등의 사이즈도 함께 재둔다. 실제로 공간을 파악하고 평면도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이며, 추후 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하는데 대단히 유용하다.
가족들의 동선을 파악한다. 가족마다 머무는 생활패턴, 이동동선, 오래 머무는 곳, 가족들이 모이는 곳 등을 살펴보며 기록해둔다. 우리 가족에게는 어떤 공간이 중요하고 어떤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지 알 수 있다.
현재 생활에서 불편한 부분을 체크한다. 공간 상의 불편한 점을 정리해두고 실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적용하는 것은 실제로 유용하다. 현실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한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정리해본다. 빨래를 널 베란다가 필요하다거나 노부모를 배려해 2층 이상의 높이는 힘들다는 것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원하는 것들의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우선 순위를 정해본다. 각각의 우선 순위를 매겨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는 실제로 건축가를 만나면 하게되는 작업이다.
이 사항 등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집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모호하게라도 적어두고 계속 정리하는 작업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할 것.
4. 이제 원하는 집을 그려보자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을 직접 그려볼 차례다. 평면도를 그려라!거나 방 구획을 나눠보자!라는게 아니다. 각자의 스토리를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된다. 그림도 좋고 PPT도 좋고 글도 좋다. 우리는 어떤 가족이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집은 어떤 곳이고 어떤 것을 상상하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이를 '구체화'해줄 전문가에게 전달하는 문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아래는 그렇게 그려본 우리가 원하는 집의 일부이로 우리가 최종 계약한 건축가에게 프리젠테이션한 문서이다.
이때 전달하는 그림이 구체적이여야 좋다거나, 대략의 스타일을 주고 상상할 여지를 줘야한다거나.. 건축가마다 원하는 스타일은 차이가 큰거같더라. 다만 이를 바탕으로 건축가에게 우리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어가며 집을 디벨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5. 먼저 건축주가 해야하는 공부
그러니까 집짓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건축주가 해야하는 공부는 전문가가 되어서 찐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게 아니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집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이를 보다 구체화하기위해 대안들을 살펴보는 것. 이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이를통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고 진짜 전문가에게 돈을 들이기 위한 선구안을 기르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하는 공부란거다.
이렇게 쌓은 지식은 실제로 적합한 토지를 선택하고 내 꿈을 구체화해줄 건축가를 선정하며 시공사와 대화하는데 매우 요긴하게 활용된다. 집을 짓기를 원한다면 이런 공부를 시작해보자.
여기까지! 이제 집짓기의 첫 스텝인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때인거같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은 매일매일 확인합니다 :) 구독해두시면 업뎃되는 글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