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중딩 아들의 모습

by HAN


생애 첫 시험다운 시험의 쓴 맛을 본 중딩 아들.

그러한 충격을 이미 예견했기에 위로와 해방의 날을 맞아 엄마가 준비한 선물 같은 일본 오사카 여행이었다.


특별히 아들이 원하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는 그곳. 오사카로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현실은 선물 같지만은 않은 험난함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오사카는 우리나라 서울보다 더 따뜻했고 더더 단풍이 짙게 시작되는 무렵이라 여행 다니기엔 딱. 딱인 11월 마지막주였다.

그러나 하필 일본의 연휴이기도 했던지라 너무나 사람이 많았고 도톤보리는 사람들의 물결에 우리도 함께 그 속을 출렁거리며 걸어 다닐 수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의 거리에서 만난 내 아들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흘러내린 아들이라고 할까.


물론 새벽부터 아빠와 유니버셜의 오픈런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달려 일곱 번씩이나 놀이기구를 타내고야 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뿌듯해한 부자(父子)이긴 했다. 대체 그게 뭐라고. 이렇게 일본 유니버셜에서 하루에 놀이기구를 많이 타는 일은 진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뭐 싱글라이더의 혜택 덕이라나 뭐라나.


아들의 정상적인 걸음걸이의 모습은 정말 딱 그곳 유니버셜 스튜디오 때뿐이었다. 이후 여행동안 다시는 집으로 컴백할 때까지 볼 수 없었으니까.


여행 첫째날 유니버셜에서 노시느라 무척 힘들었겠지. 피곤이 쌓여 그랬겠지.라고 이해하기엔 여행 내내 정말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다 점점 얼굴이 시꺼메지고 찌그러지기 반복.

길을 걷는 내내 긴 다리와 큰 자신의 몸을 흐느적흐느적 거리다 못해 아빠에게 엄마에게 치대고 기대어 왔다.

그러다 급기야 아빠의 손을 잡고 쭈욱 자기팔을 뻗은 채 질질 끌려가는 수준까지.


급성장을 맞아 한 달에 대략 1센티씩 크던 아들이 갑자기 커버린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 없는가 보다.라고 또 이해하기엔 같이 다니는 엄빠의 인내심에 점점 한계가 왔고.


거기다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청소년이기에

사진 속 아이는 그야말로 숨은 그림 찾기 수준이었다.

너 말고 우리나 찍어 달랬더니 다리만 하늘만 찍은 기막힌 어린이 수준의 솜씨에.


사춘기 중딩땐 같이 어딜가 준것만도 감지덕지라 했던가.

그래. 아들아.

다음번엔 결혼 16년 차 엄빠만 신혼 때 기분으로 돌아가 여행은 둘만 가는걸로 과감하게 널 집에 두고 오련다. 넌 용돈만 두둑하다면 입이 쏙 기분이 방긋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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