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실패하길 바랬다.
넘어져야 일어설 수 있는 법
아침부터 바삐 2박 3일 부산행 KTX를 타러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각. 아이가 갑자기 요즘 한창 꽂혀있는 마술도구인 지팡이를 찾았다.
엄마! 그거 꼭 부산에 가져가야 해. 부산 할머니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근데 사라졌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하피림 나가야 할 이 타이밍에 찾고 있는 아이.
결국 아빠, 엄마 모두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며 함께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족 모두 안다.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두지 못하고 그렇게 찾는 일이 잦다는 걸.
아이는 못 찾을까 봐 와 혼날까 봐의 경계선상에서 표정도 마음도 그 순간 주눅 들고 심난해져 있다.
아! 차에 있을 수도 있어! 어제 두고 내렸을지도 몰라. 아이의 그 말에 아빠는 또 부리나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보려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차갑고 싸늘하게 간절한 마음이 자리 잡는다.
제발 잃어버리길.
어느 순간 모든 걸 다해주고 있었다.
정말 뭐든지 다 해주려고 하고 있다.
다 맞춰주고 있다.
자세히, 냉정하게.
잘 안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도록 노력해 보자.
아직 어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라는 핑계들과 이유들을 대면서 내가 그냥 조금만 더 부지런히 맞춰주면 되는 거란 무심코 하는 생각과 행동들.
그 속엔 나중에 크면 스스로 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함을 알게 되겠지라고 미루고 있진 않은가.
장애물을 대신 넘어주고 있지 않는가.
속도위반 티켓을 몰래 갚아주고 있는 건 아닌가.
속도위반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진 않은가.
가끔씩 괘락을 행복이라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쾌락적으로만 키우려 한다.
넌 어떤 것도 배울 필요 없어.
힘든 거 하나도 할 필요 없어. 내가 모든 걸 다 해줄게.라고.
넌 그냥 기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자라기만 하면 돼.
(출처:개통령 강형욱의 유튜브 중)
그런 속에서 자란 아이는 하나도 참지 못한다.
하나도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바로 얻거나 갖지 못하면 화가 난다.
과보호로 생겨난 부정적 결과들.
나중에 이렇게만 컷을 땐 더 이상 부모가 가르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와 함께 아이는 더 이상 배울 수 없는 상태의 어른이 된다.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넘어져보고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가끔은 잃어버리는 값비싼 물건도 있다.
포켓몬스터카드 모음집, 마술카드도구, 핸드폰, 지갑등의 아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
비싼 만큼 잃어버렸을 때의 그 속상함과 아깝다고 느끼는 마음은 더 클 것이다. 또 정말 그만큼의 크기만큼 없어졌을 때 소중함을 깨닫고 다신 잃어버리지 말아야지란 다짐도 해볼 수 있으리라.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값비싼 공부인샘.
아이 때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이 올 것이기에. 값만큼 아니 돈주고도 어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운다고 생각하기에.
-하루의 할 일이 끝나고 자기 전엔 자기 책상을 정리하도록.
-먹고 싶은 과일이나 요플레도 냉장고에서 골라 꺼내먹도록.
-친구와의 작은 문제들은 귀에 들어온다면 그저 조언을 해주는 정도만.
-자기 공부 방법도 이렇게 저렇게 짜보고 수정해 나가도록.
-원하는 걸 바로 가질 수 없도록, 느리고 천천히 고민해 보고 비교해 본 후 얻을 수 있도록.
너무나 사랑하니까.
난 오늘도 아이가 자주자주 실패해 보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림출처:pixb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