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좀 깍아라
게임 시간 잘 지켜서 해라
책상정리 잘해야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어른께 인사해야지
용돈 쓸데없는데 쓰지 말고 아껴 써라
등등등...
어느 날 아들에게 꼰대처럼 주절주절 옛날 어른들 스타일의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나.
사실 잔소리를 누구보다도 젤 싫어하는데 왜 그러고 있는지 참 스스로 별로라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길을 가다 예쁘게 꾸미고 앞머리에 헤어롤(일명 구르프)을 말고 붙인 채 당당하게 걷고 있는 10대, 20대 여자아이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꼰대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자신이 그렇게 하고 다니거나 아무렇지 않아 하면 ok,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저 우스깡스런 모습이 뭐냐며 한소리 하면 당신은 바로 꼰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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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져 꼰대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참고자료: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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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난 꼰대가 되기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한편으로 40대 이 나이면 꼰대가 좀 되는 것도 뭐 어떤가.
잠시 마음속 깊숙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꼰대가 싫은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늙었다란 그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이 왠지 거부감이 느껴지며 이젠 젊고 어리지 않은 나에 대한 현실거부의 몸부림이 아닐까.
둘째, 또 굳이 원치 않는 이유는 앞으로 더욱 유연해져야 할 10대 내 아이와의 관계나 상담사 직업으로 보나 꼰대는 지양해야 할 부정적 색깔의 아이콘인 것.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부지 불쑥 내뱉어지고 하게 되는 그 꼰대짓은 어쩔 수 없이 살아보니 예전 어르신들, 부모님들이 하셨던 그 말. 그게 다 사실 맞는 말이더라란 경험들과 생각이 점점 강해지니까 문제.
올해 나름 치열한 사춘기를 보내고 한참 침대와 일심동체가 되어 누워 지내던 생활을 접고, 자신은 스스로 정신을 차렸다는 조카. 하지만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이젠 게임에 그렇게 몰입 중이신 중3 아이를 며칠 전 만났다.
집 앞 산책길에서 꼰대 같은 고모란 말을 듣기 싫어 무엇으로 대화를 해볼까 머릿속엔 수많은 단어들이 떠올랐지만 막상 그렇지 않은 말을 골라내려니 쉽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로.
ㅇㅇ 아. 네가 아까 하고 있던 그 컴퓨터 게임 이름이 뭐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모는 모를걸요?(사실이다)
그래도 말해줘 바바.
오버워치. (찾아보니 총싸움 게임. 팀 대 팀으로 목표를 두고 다른 팀을 제압해 승리를 쟁취하는 게임이라고)
어느 수준에 이르면 나이나 조건에 맞춰 세계대회를 나가서 우승하기도 한다며. 약간 신나 하며 다행히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이미 프로게이머가 되보겠다며 나선 조카에게 다시 물었다.
그 게임이란게 적성에 맞고 스스로 재능이 좀 있는 거 같아?
음. 자신은 무척 겸손 덩어리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쫌 그런 것 같다고.
그쯤까지 대화를 이끌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고모는 왜 굳이 혼자 가면 이어폰 음악 듣고 빠르게 다녀올 수 있는데 따라왔냐며 갑자기 구시렁구시렁.
재빨리 용돈이란 무기로 입막음하며 조카와의 오랜만에한 짧은 집 앞 데이트를 아름답게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12살 현재 사춘기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우리집 귀요미 아들과 과연 난 얼마나 잘 소통하는 모자(母子)사이가 될 수 있을지 벌써 걱정부터 앞선다.
문득 답답해져 하늘을 올려다보니,
살짝 흐린 하늘의 구름 속에서 한줄기 햇살을 애써 찾고 있는 내가 보인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