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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Oct 29. 2022

네 멋대로 살되, 후회 없이 살아라

내 삶이 아름다운 이유 1


다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 분은 있을 것이다.


나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인데 아마 우리가 그 선생님의 첫 제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애정을 많이 쏟으셨고, 나도 그래서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어느 날은 선생님이 자기 좌우명을 생각해 오라고 하셨다. 그땐 책상마다 이름을 붙였었는데 각자 이름 밑에 좌우명을 써서 붙여 주겠다고 하셨다.


앞으로 1년 동안 내 자리에 붙어 있는 것이니 장난으로 쓰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셨고, 나도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서 가거나 남들과 비슷한 것을 하긴 싫었다.


참, 그때나 지금이나 남들과 같은 건 죽어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때 내가 적어낸 좌우명은 ‘네 멋대로 살되, 후회 없이 살아라’였다.


드라마 ‘네 멋대로 살아라’에서 따오긴 했지만 난 내 좌우명이 다른 친구들 것 보다 훨씬 더 멋지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초등학생이 생각했다기엔 참 특이한 좌우명인 것 같다.


선생님 말처럼 그때 적어낸 좌우명은 정말 내 인생 신조가 됐다.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내 멋대로 살아왔고, 그리운 순간은 있어도 후회되는 순간은 없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돌아간다 해도 난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나는 그 좌우명을 적어낸 순간부터 정말 내 마음속에 그 말을 새긴 것 같다. 선택의 기로에서도 늘 후회 없을 선택을 하자고 생각했고, 혹여나 후회가 밀려오려 할 때에도 '아니야, 내가 선택한 거잖아' 하고 그 후회를 막아섰다.


때론 그게 자기 합리화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하는 선택에 있어서 늘 ‘지금?’, ‘갑자기 왜?’라는 말들을 들어왔지만 그래도 나는 꿋꿋이 내가 선택한 길로 왔고, 그래서 후회는 없다.




처음 내가 워홀을 간다고 했을 때, 응원하는 사람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게다가 부모님은 두 분 다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꼭 가야겠냐고 하면서도 내가 한번 마음먹은 일엔 변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그래, 네가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하셨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오히려 더 워홀을 가고 싶어 졌다고 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까?




엄마는 늘 나에게 팔딱거리는 미꾸라지 같다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가만히 못 있고 사고를 치고 다녔다고 한다. 친척들도 요즘엔 정아가 이렇게 얌전해졌냐며 놀라고, 간혹 별난 아이를 봐도 별나도 정아만큼 별났겠나라고 했다.


어떤 아이였길래 다들 그러나 싶지만 문득 떠오르는 몇 가지 기억만으로 나 역시 ‘아, 그러네’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별난 사람이기에 모두의 걱정에 더 삐뚤어지고 싶어 졌는지도 모른다.


워홀을 오기 전 여행이라는 큰 꿈을 안고 마냥 신났건만 여기서 많은 벽에 부딪히고 경험을 하며, 비록 내가 꾼 꿈을 다 이루고 가진 못하지만 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이제는 걱정해주던 다른 친구들이나 엄마마저 너는 그곳이 더 너에게 맞는 것 같은데 거기서 사는 건 어떠냐고 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곳에 맞는 사람으로 한정 지어주니 나는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


엄마 말대로 나는 남들 말에 요리저리 빠져나가는 팔딱거리는 미꾸라지 같다.




처음으로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나는 내가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고 느꼈다.


회사에 갈 땐 당연히 깔끔하게 옷을 입고 가야 하는데 그것조차 반감이 들어 나는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을 거라며 정말 막 다녔던 것 같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어울릴 때에도 난 이 사람들과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느꼈고, 나는 정말 내가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친구와 우연히 사주를 보게 됐다. 사주에서는 내가 물의 사주여서 바닷가나 섬, 또는 외국을 가는 것도 나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제주살이나 워홀은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때 본 사주를 보고 나는 더욱 ‘거봐, 나는 자유롭게 살아야 하잖아. 여기랑 안 맞는다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 년 뒤, 퇴사를 하면서 우연히 제주살이를 알게 돼 제주도로 갔고, 거기서 또 워홀을 가게 된다.


사주를 믿진 않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건 참 신기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후회하지 않겠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후회하지 않는다’이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을 것 같기도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한국에 돌아가서 호주가 아주 많이 그리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후회와 그리움은 다르다는 것이다.


도마뱀이 나오는 집에서 밥을 먹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농장 일 하다 엉덩이에 개미 물리고 울고, 데이 오프 전 날 사람들과 파티하며 놀고먹고 마시고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참 그리울 것 같다.


후회와 그리움은 한 끗 차이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어린 날들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 되었듯이, 이 또한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자 내가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것을 성장이라고 한다.


나는 워홀을 와서 한 뼘 더 성장했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내 삶이 아름다운 이유다.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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