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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Oct 26. 2022

Beautiful Thursday, Namaste.

잊지 말자, 일상의 소중함

이번에 처음으로 이틀 연속 쉬게 됐다.

시즌 초반에 3일 연속 쉰 적도 있지만 그건 매일 로스터가 전 날 오후에 나와서 내가 3일 연속으로 쉴지도 모르고 쉬게 됐다면 이번엔 이틀 쉰다고 확실히 공지받은 휴일이라 들떴다.


그래서 어제 같이 사는 외국인 친구들이랑 세현 언니네랑 같이 저녁을 먹고,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여섯 시에 요가를 갔다.


일주일에 하루만 쉴 때는 ‘늦잠 자야지’하는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조차 안 했는데 이번엔 이틀을 쉬니까 아침부터 활동적인 걸 하고 싶었다.


​소중한 휴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달까?


​물론 아침에 일어날 땐 내가 왜 요가를 간다 했지 싶고 더 자고 싶었다.


그래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필라테스는 영어로 말해도 대충 동작을 보면서 포인트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요가는 확실히 알아듣지 못하니 답답했다.


정지된 동작으로 버티는 게 많은데 그럴 때 선생님이 말해주는 포인트들을 완벽히 알아듣지 못하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난 필라테스보다 요가가 더 힘들었다. 성격이 급해서인지 선생님이 천천히 근육을 느끼며 움직여야 한다는 동작들도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 게 너무 답답해 혼자 벌써 정지 포인트에 와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앞으로 요가는 안 해야겠다 생각하고 마지막 명상 자세로 들어갔는데, 그 생각은 바뀌게 된다.


​아침에 좋은 에너지로 움직이며 어쩌고 저쩌고 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앞으로 요가는 못 올 거 같아요.’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마지막 한마디.

“Becaues today is Beautiful Thursday, Namaste.”

선생님의 이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다 같이 ‘나마스테’ 하면서 끝났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힘들어서 속으로 짜증이 가득 차 있었는데,

마지막 한 마디가 그런 나에게 마치

‘짜증 내지 말자. 왜냐하면 오늘은 아름다운 목요일이니까’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요즘 내가 자꾸 이것저것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건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어서였다.


생각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걸 다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에 괜한 울분이 차오르기도 하면서 화가 차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잊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상도 만들고…


그런데 마치 그런 나에게 위로가 전해지는 것 같으면서 별거 아닌 이 한마디에 별안간 온몸의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온몸이 편안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몸도 가벼워지면서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늘 수업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말을 걸면 잔뜩 얼어 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영어도 술술 나오는 기분이었다.


요가를 마치고 혼자 바다까지 걸어가 산책을 하고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오늘은 아름다운 목요일.

아니, 그냥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름다운 나의 하루다.

편하게 생각하자,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자!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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