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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Sep 26. 2023

2019년 4월의 일기

짧은 글 2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을 진 하늘이

누군가의 눈엔 낭만적인 하늘로,

또 누군가의 눈엔 지독하게 외로운 하늘로 보일 수 있다.


지금 내 기분, 고민, 생각에 따라 내가 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같은 세상 속에 살고 있어도 누군가는 디즈니 같은 아름다운 동화 속에,

다른 누군가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 갇혀 살고 있다 느끼는 것이다.

2019.04.01


바다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겉보기엔 잔잔하고 평온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 아래 큰 소용돌이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같다.

아무런 고민과 고난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수많은 고민과 생각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저 깊은 내면 속에서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수록 외면은 단단해져 그 어떤 충격에도 평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시하는 '평범한 일상'이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2019.04.02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억울하고, 그 시간이 아까워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를 돌보지 못했다.


나를 위해, 내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렸는데 정작 현재의 나는 불행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어리석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휩싸여 미래를 그리며 현재를 버린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다.

그리고 이 '지금'은 다가올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지나간 과거를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다.


행복해져야 한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당장.

2019.04.03


한 며칠을 그냥 아무런 일정 없이 마음 놓고 푹 자도 되는 그런 꿀맛 같은 휴식이 있었으면 했다.

근 몇 년 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은 나에게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해서 바쁘게 산 것도 있지만, 사실 쉬는 날 마저도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까? 왜 늦잠을 자면 안 될까? 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까?


수많은 고민들과 함께 지칠 대로 지치고 나서야 나는 나에게 나를 돌 볼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2019.04.04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떨어뜨렸다.


출렁이며 호수의 표면이 일렁였다. 그러나 몇 분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잔잔해진다.

호수 안에는 작은 돌 하나가 더해졌을 뿐 그 공간이 변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평온했던 내 일상에 나는 작은 변화를 던졌다.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변화가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다른 이로 바꾸진 않는다.


나에겐 돌멩이처럼 작은 변화가 더해졌을 뿐.


그 변화와 함께 배우고 얻어가며, 무언가 더해진 삶으로 나아갈 뿐이다.

2019.04.06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봄과 새벽, 따뜻해진 날씨와 공기 그리고 차가운 저녁이 만나는 이 시간이 좋다.

내 감정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어서 좋다.

나도 모르고 지나쳤던 내 감정들이 가장 예민하게 깨어나는 시간이어서 좋다.


다른 이들은 잠들어 있는 이 새벽,

내가 묻어놨던 내 마음들이 깨어나 내게 말을 건다.

잠시 쉬었다 가자고.

2019.04.07


살아가는 데 있어 매사에 힘들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정답은 없다.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수도,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말들에 휘둘려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내 행복을 찾아간다면 우리의 인생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2019.04.09


누구나 살면서 다른 이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상처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은 아무런 생각 없이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심지어 자신이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됐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쉽게 내뱉은 말들을 너무 깊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매일을 다른 이들과 섞여 소통하며 살아간다. 다른 이의 말과 시선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다만,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이들을 계속해서 내 삶에 끌어들이진 말자.


나의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공간에 그런 이들을 위한 공간을 내어주지 말자.


행복만 하기에도 모자란 유한한 시간의 나의 인생 속엔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넘치는 인연들이 있기에.

2019.04.10


내가 찾은 건 봄이었고, 네가 찾은 것은 빛이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꿈꾸었고, 그것은 이내 다른 마음을 가져왔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마음과 영원한 미래를 꿈꿀 수 없기에 우리는 각자의 길로 향했으리라.


목적지가 다른 이상 그 길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나마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2019.04.12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무 이유 없이 괜스레 우울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는 법.


우리가 느끼지 못한 찰나에, 애써 외면하려 했던 순간에,

우리의 마음은 상처받았을 수 있다.


꾹꾹 참고, 무시하고, 지나치다 보면 아픔은 멈출지라도 상처는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일상 속에서 잘 살아가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상처가 흉터로 남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고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

2019.04.13


우울한 내 감정들이 뭉게구름처럼 번져갔다.


하얀 구름이 먹구름이 되어 가던 그때,

그 축축하고 무거운 구름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따뜻한 미소가 새어 나오는 순간을 선사해 준 당신에게,

이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눈부신 따뜻함과 찬란한 해방감에 한없이 고마운 순간이었다.

2019.04.14


마냥 좋은 하루.

이런 날은 무엇을 빌어도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유를 갖고 조금 더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자. 이 세상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가 있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

2019.04.17


나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모든 인간관계에는 약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쉽게 상처를 줄수도, 받을 수도 있다.


나와 같기를 바라지도, 강요하지도, 요구하지도 말자. 그리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받지도, 굳이 이해하지도, 등 돌리지도 말자.


결국 우리는 모두 완벽한 타인이기에 완벽하게 다르다.

2019.04.18


아이스크림 하나로 울고 웃던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는 이제 누군가의 앞에서 마냥 울 수가 없다.


눈치 안 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건 어린 날의 특권이었나 보다.

2019.04.19


살면서 가장 상처받는 순간은 믿었던 진실에 외면받을 때이다.


내가 그렇게 보는 눈이 없나,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인가 자책하면서 한 없이 나를 깎아내렸다.


어쩌면 인생은 내편을 가장한 적과 진정한 내 사람을 구별해 내는 과정인 것 같다.


끝끝내 내 곁에 남아 있는 이들과 함께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2019.04.21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것.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늘 새롭고 가치 있는 것.

너무나 많은 타인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함께 흘러 들어오기에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위해 우리는 또 얼마나 달려왔던가.

2019.04.23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과거의 후회에 사로 잡혀, 미래에 대한 걱정에 젖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오늘도 나의 하루가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며..


2019.04.24


쉬는 날인데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오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따뜻해졌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거짓말처럼 좋은 날이 되는 기적을 보았다.

2019.04.25


퇴사를 하고 제주도에 왔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을 하면서 당분간 이곳에 머물 생각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사실 그것을 찾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이곳에 와서 나도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고,

시간이 지나 다시 육지로 돌아갔을 때 예전의 나에서 한 뼘 더 성장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는 요즘.

마음의 여유를 찾고 또, 너무나 행복한 지금이다.

2019.04.26


겁도 많고, 고민도 많았던 내가 모든 걸 버리고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두려움, 걱정과 함께 힘든 시간을 버텨온 나에 대한 믿음과 보답이다.


꼭 무엇을 얻고, 배워야 하나.


살면서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2019.04.27


나는 책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책의 냄새,

군데군데 접혀 있는 부분과 낙서들,

사람들의 손 때 묻은 부분들이 켜켜이 쌓여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과 세월이 함께 하는 이곳,

화려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이곳이 참 좋다.

2019.04.28


세상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될 수는 없다는 걸 이젠 알 때도 됐는데,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꿈꿨던 이상, 원하는 현실,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난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2019.04.29


27살의 나에게,

두려웠지만 늘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살아온 지난날처럼 앞으로도 네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안정된 미래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날을 걱정하면서 너의 오늘을 버리진 않길 바라.

그리고,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행복한 오늘이 그 누구보다 행복한 너의 미래를 만들어 줄 거야.

지금처럼만 하면 돼. 행복하자, 우리.


2019년 4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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