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6도, 미지근한 캐모마일 대신 얼음물을 마시기로 했다.
콘크리트 사이 꽃이 피었다. 남들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지만, 나는 한참을 앉아 그것을 바라보며 사유하였다. 결국 내면 속 결론이 나왔다. 철근 위에 시멘트를 부어 미세한 균열이 생기다 만 객체의 미완성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11살 때 겨울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바닥에 뿌려진 염화칼슘 맛이 궁금하여 한 조각을 주워 먹었다. 혀에 닿는 순간 전류가 찌릿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그것은 목을 태우면서 장기까지 타고 들어가 온몸이 수축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수은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침샘이 멈추질 않아 결국 응급실에 갔다. ‘아마 그때부터 내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
초록불은 대학교 2학년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깜빡이켜는 법을 잃은 채, 방대한 자유를 맞이하며 세계가 흘러갔다. 어느 날 문득 건물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나는 휴학계를 내고 곧장 서울로 올라와 자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포만감에 사로잡혀 세상이 전부 내 것 같았으나 서서히 배가 꺼지고 원세계로 돌아왔을 땐 나는 황색 불을 인지하지 못하고 빨간불마저도 무시한 채로 질주하여 하얀 선을 지나 한참을 멈춰 있었다.
그렇게 견인차로 정지선까지 끌고 오려 했으나 건설장비를 실은 25톤 트럭인지라 꽤나 시간이 걸렸다. 억지로 정지선까지 끌고 왔으나 다른 자동차들은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을 멍하니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렇게 방에 돌아와 앉으니 석양빛이 얼굴에 비쳤다. 고개를 돌려 벽을 보니 일신의 검은 그림자가 바닥에서 천장까지 형성되었다.
나는 계절의 흐름을 타지 않고 차근차근 바닥부터 다지기로 했다. 기초공사를 마치고 철근을 쌓고 올리던 중 7층에서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메마를 때까지 자책하다 진정이 되었을 때, 방에 돌아와 설계도를 펼쳐보며 원인을 분석했다.
원인을 찾았다. 시멘트의 문제였다. 강모래를 섞었어야 했지만 실수로 백사장 바다모래를 섞었다.
나는 현장으로 돌아와 파편들을 수거하고 철거를 시작했다. 오랜 작업 끝에 모든 것이 무(無)의 상태로 돌아갔고,나는 그 빈터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재난 문자가 왔다.
그날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해결책이 없는 공허의 폐허 속에서 몸을 움직여 창밖을 바라보니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산토리 맥주를 마시며 요시마타 료의 **<ふがらっさ 2022>**를 틀었다.
모두가 잠든 밤,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다. 어둠 속, 암막 커튼을 뚫고 들어 온 빛은 방을 기이할 정도로 밝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