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나는, 칼을 갈기로 했다.

동면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벚나무

by 미쿠

마치 악성 종양을 도려내듯, 4년간 운영했던 정육점을 정리하며 맹세했었다. 내 평생 두 번 다시는 칼을 잡지 않겠다고.

가게 문을 닫는 과정에서 어떠한 계기가 생겨 펜을 잡았다. 현실과 타협해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공부를 병행했지만, 4개월 만에 찾아온 것은 번아웃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순간, 얄궂게도 나를 받아준 곳은 다시 고기 냄새가 진동하는 정육식당이었다.


경력자였기에 출근 이틀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칼자루를 쥐자마자 그립감을 파악하고,

무게를 가늠하며, 매의 눈으로 날을 확인했다. 곁에 있던 여분의 고기 지방을 베어내는 순간, 손끝이 기억하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나는 칼을 고기 덩어리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손목을 0.1cm 단위로 미세하게 제어하고 리듬감을 살리며 반복하니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칼을 놓았던 1년의 공백이 단 몇 초 만에 메워졌다. 삼겹살과 목살, 볶음용 고기, 그리고 가장 까다롭다는 사시미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가장 놀란 건 사장님이었다.

”여기는 정육점이 아니니 그렇게 빨리 안 해도 돼요.“

사장님은 내 속도를 강제로 늦췄다. 아이러니하게 그 순간, 머릿속에서 엔돌핀이 솟구쳤다.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짜릿한 쾌감으로 변한 것이다.

한때는 칼을 잡는 게 토할 듯 역겨웠지만, 지금은 그 칼끝에서 메마른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 나는 그 뜨거운 감각을 주머니에 고이 챙겨 넣었다. 지옥 같던 무기력증이 사라진 자리엔 새로운 희망이 채워졌다. 그렇게 지겨웠던 한 달간의 번아웃이 막을 내렸다.


지금도 칼을 잡으면, 내 손목은 유수풀 위를 부유하듯, 부드럽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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