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는 없다.

갈림길에서.

by 미쿠

익숙한 외곽순환도로 대신, 핸들을 꺾어 포천-세종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고교 시절의 풋풋한 기억부터 대학 시절의 방황, 그리고 어떤 결과로 귀결된 지금의 나까지.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며 17분을 달렸을까. 어느새 차는 올림픽대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내게는 A와 B라는 정해진 답안지가 있었지만, 나는 기어코 C를 택했다.

만일 A나 B를 골랐다면 인생이 좀 더 편안했을까? 아니, 그때 차라리 사랑을 택했다면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까? 그렇게 기억에 포위된 채로 해답 없는 질문들 속에서, 나는 그저 볼륨을 더 크게 높일 뿐이었다.

어른들은 말한다. 몇 번쯤 꺾여봐야 인생이 대기만성하는 법이라고.

이미 내 안의 꽃은 두 번이나 졌다. 한때는 꽃잎이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벌들이 날아들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알까. 만개했다가 시들어버린 꽃이 얼마나 초라한지.

그래도 어른들은 말한다. 분명 다시 피어날 수 있다고.

거짓말 같지만, 나는 그 말을 믿어보려 한다.

고가대교를 올라 터널을 지나기 전, 앞에 있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인다. 나는 무사히 음주 단속을 통과하고 다시 정상 도로에 진입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달린 탓에 차는 나의 야망이 서려 있는 인천공항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 오늘 밤을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급히 방향을 틀어 선택의 근원지인 모교로 향했다. 졸업 후 첫 방문이었지만, 끝내 교문 안으로 들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학교를 스치듯 지나쳐, 안양 시내를 향해 엑셀을 밟았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 그곳은 전부 내가 순수한 동경에 사로잡혀 걷던 길이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려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에 도착하여, 그곳을 조용히 거닐었다. 저 멀리 맥주캔이 놓여 있다. 나는 그곳으로 가, 발로 눌러 납작하게 만들고 온 힘을 다해 내리찼다. 인기척이 수상하여 고개를 돌리니, 뒤에서 따라오던 아저씨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나를 지나쳐간다.


결국 또다시 나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다만 C는 이번에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라디오에서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가 흘러나온다.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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