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

28세, 뇌경색 판정받았습니다.

by 유솜사탕

뇌졸중 병동의 집중치료실에서는 매일 저녁 같은 검사가 반복된다.

누워서 팔과 다리를 들어 올리는 일, 내 코와 간호사의 손가락을 번갈아 짚는 일, 얼굴과 팔다리에 감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 그리고 짧은 문장을 큰 소리로 따라 읽는 일.

이 간단한 일들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내 맞은편 침대에 입원 중이던 할머니는 그 벽 앞에 자주 멈춰 서는 분이었다.


할머니는 벽을 넘기 위해 하루 종일 ‘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라고 되뇌며 연습하곤 했다.


"오늘은...날씨가..맑습니다...오늘은...날씨가...맑습니다..."

퇴원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맞은편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외우던 ‘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라는 문장이 종종 떠오른다.

낮고 힘없는 목소리지만, 어떻게든 이 문장을 잊어버리지 않고 또박또박 발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목소리였다.

어린 아이도 쉽게 읽을 법한 문장 테스트가 뇌졸중 환자에게는 사법고시와도 같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병실 안 침대 위에 우두커니 앉아 이와 비슷한 문장을 외우고 있을 것이다.

가끔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기적 같은 합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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