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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라는 문구에 담긴 영화는 유심히 보게 된다. 그 속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들의 삶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50여 년을 정신분열증을 앓은 존 내쉬 박사, 영화는 그에게 사랑의 완성과 학문의 완성을 이룩한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의 결말을 선물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는 부인과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고 아벨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 교통사고로 아내와 함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존 내쉬는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의 두려움과 욕망이 빚어낸 환상 속 인물들과 현실을 살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환상 속 인물들을 현실에서 본다. 그들과 함께 50여 년을 살았다.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는 얼마만큼 자기 안의 자신과 투쟁하고 견뎌내야 했을까? 처음 존 내쉬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이 더 낯설고 혼란스러웠고 공포스러웠으며 고통스러웠다.
내가 나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존 내쉬는 자신이 진짜라고 믿은 환상 속 인물인 '마시'가 몇 년동안이나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존 내쉬는 그 후로도 여전히 환상을 보았지만 환상임을 알아차릴 때 환상 속 인물들은 더 이상 현실에 개입하지 않았다. 자신 안의 욕망이 만들어 낸 환상의 세계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현대 의학의 힘도 큰 역할을 하기도 하겠지만 자신이 그런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는 힘, 그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참 어렵다. '지금, 이곳에' 있지 않고 끊임없이 어딘가에 가 있는 것이 마음의 속성임을 깨닫는다면 그 일이 조금 쉬울지도 모르겠다. 정신치료 전문의 정현수 박사는 "몸이 아플 때 마음을 보태지 마라, 마음이 아플 때 마음을 보태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상태의 나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이 아프다는 걸 알아차리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 그것이 삶 속의 수행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존 내쉬 박사의 생애를 들여다보다 그가 이룩한 성공과 업적보다 '50여 년을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는 문장이 더 마음에 남는다. 그가 살아낸 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게 살아 낸 그의 생처럼 우리 또한 우리의 생을 묵묵히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오롯할 것, 이 순간의 나를 인정할 것, 그리고 사랑할 것, 그래서 평화로울 것
며칠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드립백 커피 '르완다 카베자' 한 잔을 내려 곁에 두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오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