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일상 4

시집을 팔아 5만 원을 벌었습니다

by 마법모자 김시인

아침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 대표님께서 누나 시집을 사서 지인들께 선물하고 싶다며 시집 5권을 좀 보내달라 부탁하시더라고. 그리고 책은 그냥 받는 것이 아니라며 책값을 미리 주셨으니 계좌번호를 보내라 했다.


책이 나온 직후 동생이 지인들께 선물하고 싶다고 하길래 10권 보내주었다. 대표님께 책을 드렸는데 이왕이면 저자 사인이 들어간 책을 주면 안 되겠냐 하시더라 해서 사인을 해서 보내 드렸다.


얼마 전, 동생이 경주를 갔다 집에 가는 길이라며 시간 되면 차나 한 잔 합시다 해서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동생이 "대표님께서 신문에 시가 나오면 스크랩을 하는 분인데 누나 시가 신문에 나오는 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더라고 하시더라"라는 말을 내게 전했다. 시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고, 동생에게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참 고마웠다.


선물할 사람의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서 동생에게 전했다 한다. 이렇게 살뜰한 독자를 만날 수 있음이 감사했고 한편 부끄럽기도 했다.


시가 밥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시집 한 권을 팔면 너한테 얼마가 들어오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경제적 가치로만 시가 평가된다면 시인의 대다수가 정말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고맙고 마음이 거득해진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함민복 시인의 말처럼 아직도 멀기만 한 시인의 길, 그 길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 오늘을 꺼내보리라.


불교에서는 사람도, 일어나는 일도, 주어지는 행운이나 고통까지도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 흘러가는 것이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집착하지 말라 한다. 좋은 일에도 너무 들뜨지 말고 나쁜 일이도 너무 고통받지 말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좋고 싫음의 분별에 끄달리며 산다. 시집을 팔아 5만 원을 벌고 좋음에 젖어있다. 돈 5만 원보다 시인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시인의 가치를 물질적인 것에만 한정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다. 돈이 되지 않지만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그런 세상에도 환한 가을볕이 내려앉기를 기도한다.

날개를 다친 나비 곁에 잠시 앉았다. 그가 다시 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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