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8

총, 균, 쇠

by 마법모자 김시인


12월은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삶의 변수가 많은 올해는 더욱. 묵직한 책이기도 했고 내 심리상태도 한몫을 했고 그래서 오래 들고 있었던 책이다. 하지만 한 해 마무리 즈음에 읽으면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리학 교수이며 인류학과 역사학에도 조예가 깊고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다고 한다. 책의 전반에서 그의 이런 방대한 지식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뉴기니 해변을 거닐 때 그곳의 정치가 얄리가 던진 질문에 대해 답이다. 얄리의 질문은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였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발전 속도가 다르고 문명의 정도가 다른 이유를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라시아 국가들이 세계에 식민지를 개설하고 남북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을 지배하게 된 궁극적 원인이 환경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라시아는 야생 곡물이나 야생 동물의 종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곡물화나 가축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정착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유라시아는 횡적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환경이나 기후가 비슷해서 곡물화, 가축화된 식량이 이동하기 수월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아프리카나 남북 아메리카는 종적으로 분포되었기 때문에 기후와 환경이 달라 곡물화된 식량의 이동도 수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유라시아 인들은 곡물화와 가축화 덕분에 정착이 가능해졌고 집약적 농경과 목축은 인구밀도를 높여 주었으며, 인구의 증가로 기술의 발전과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탄생이 가능했고 덕분에 수렵민들에 비해 뛰어난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거대한 인류의 역사서다. 아니 인류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와 함께 해 준 곡물, 가축들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몇몇의 인류가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들이 합쳐지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면서 삶의 터전을 찾아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대서사시처럼 펼쳐진다. 한 종의 야생 곡물이, 한 종의 야생 동물이 곡물화, 가축화에 성공하여 인간의 중요 식량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문명과 문맹을 가르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식민지를 건설하고 정복 국의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노예로 삼았던 유라시아인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우세한 것이 아니라 다만 지리학적으로 좋은 환경이 놓여 있었고 그 덕분에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가진 총으로, 균으로 또 쇠로 수렵인들의 터전의 빼앗고, 때로 종족을 멸망시켰다.


그것은 과연 정당했을까? 두께만큼이나 메시지 또한 엄중한 책이다. 아득한 이 땅의 시원을 엿보며 이 땅을 무대로 살아간 모든 생명들의 파동을 감지케 하는 예민한 책이었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독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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