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18세기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다. 예민한 후각을 타고나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했던 남자 그르누이. 하지만 자신은 정작 아무런 체취도 갖지 못했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자 했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스물다섯 번의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그르누이. 결국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향수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그는 그 향수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스물다섯 번의 살인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주인공 그르누이,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 쥐스킨트. 너무 담담해서 더 섬뜩하고 더 공포스러운 소설이다.
좀처럼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작가 쥐스킨트, 작가가 창조한, 세상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던 두 남자 그르누이와 좀머 씨. 그들이 끊임없이 씨줄 날줄처럼 연관되어 읽히던 소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그들의 존재가 안개처럼 더 뿌옇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존재한다. 쥐스킨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으로만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 속에 존재했다. 향수와 살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단어의 만남처럼 세상은 평범하지 않는, 기이하기까지 한 존재들이 서로 어울려 살고 있는지도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때로 편을 만들고 때로 원수가 되기도 하면서.
2019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던 글입니다. 카카오스토리는 지나간 시간의 기억들을 상기시켜 줍니다. 작가 쥐스킨트는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삶을 살았고 자신이 있는 곳을 기자에게 알려주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친구와도 인연을 끊었다 합니다. 삶을 이해하는 방식도, 살아가는 방식도, 추구하는 가치도 다양한 그런 세상에서 우리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나를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