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13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사무사책방
2년에 걸쳐 읽었다. 작년 12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해가 바뀌고서야 마저 읽었다. ㅎ
우리는 잘 살기 위해 고민한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좀 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을 담금질한다. 이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노력만큼이나 죽음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만 삶이 삶 다울 수 있고 죽음이 죽음 다울 수 있음을 느꼈다.
작년에 읽었던 또 한 권의 죽음에 대한 책 '죽음서사와 죽음명상'와 더불어 죽음에 대해 성찰하기에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다.
전통사회에서 한 인간 개체의 마지막 통과의례인 장례는 당사자 개인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집안일이고 한 가문의 일이고 마을 안의 일이었다. 살아있는 식솔 전체와, 길게는 다섯 세대 아니 때로 소위 불천위가 관여할 때는 역대의 모든 조상이 두루 관여하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전통 장례는 한 인간 개체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것에 상응한 통과의례다. 인간에게서 신으로 승화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모든 것이 청산 되고 이제 한 개체가 성스러움이 되는 계제가 곧 장례고 상례다.
오늘날은 편의성과 간략함이 의례 절차를 억압해 버렸고 죽음은 손상되고 훼손되었다. 장례는 그걸로 죽은 이의 모든 것을 끝장내고 마는 '단절의 의식'이고 '청산의 의례'로 변모해 버렸다. 살아 있는 자의 타인에 대한 윤리 의식은 죽은 이를 향해서도 지켜져야 한다.
죽음은 움직일 수 없는 한계라는 것, 그 한계를 넘어서 간 누구도 되돌아온 사람이 없다는 사실. 죽음이 육신을 기준으로 한 절대로 극복될 수 없는 삶의 막다른 장벽이라는 것. 이러한 것들에 대한 통찰이 자유혼을 생각해 낸 것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부정하고 원령이나 객귀와 맺어지면서 죽음의 공포를 증폭했다. 또한 상례에서 아예 제도화 된 울음이 죽음에 대한 비감을 부축였으며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국인은 죽음에 대해 종교적이고도 철학적인 통찰을 그다지 치러내지 못했다." 한국인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왔는가에 대한 김열규 교수의 답변이다.
우리에게 죽음은 여전히 터부시 되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며 삶에서 멀리 밀쳐내고 싶은 관념이다. 삶이 죽음과 정을 붙여야 한다는 김열규 교수의 당부는 그래서 묵직하다. 그래야 삶이 더 견고해질 것이고 두려움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삶이 삶답고 죽음이 죽음답기 위해서.
시대에 따라 의례의 형식과 절차는 바뀐다. 편의성과 간략함으로 전락해버린 장례 문화를 무조건 비판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은 자에 대한 윤리의식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죽음도 손상되고 훼손되었다고 보는 저자께서 코로나로 인해 고인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하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 오늘날의 죽음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