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16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이 책은 여덟 개의 이야기가 묶인 단편 소설집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남들보다 특별해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야 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그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생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행복 또한 이런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충족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대함은 평범한 속에 있고, 위대한 사람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그렇다. 남들보다 뛰어나지도 눈부신 성공을 거두지도 못한 나의 모습일 수도, 너의 모습일 수도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다.
직장도, 사람과의 관계도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잘 살겠습니다)이 던진 말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는 빛나 언니뿐만 아니라 자신,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던진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 '나'는 준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논리로 세상과 맞서지만 현실에서는 그 논리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현실의 부당함을 인식한 주인공이기에 빛나 언니에게 전한 저 마음은 자신에게 건네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현실적인 가치나 시대적인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을 쫓아가는 장우(다소 낮음), 4대 보험과 상여금, 연차와 실비보험 등 현실의 안정에 안주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사는(탐페레 공항) 주인공 등은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장류진 작가는 우리에게 억지웃음도 억지 연민도 요구하지 않는다. 무덤덤할 정도로 담담하게 우리에게 요즘의 현실을 펼쳐 보여준다. 내 역할은 여기 까지라는 듯. 그래서 이 소설이 좋았다.
일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나 답기 위해, 살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부당함을, 때로는 억울함을 견뎌내야 한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를 받게 되는 (일의 기쁨과 슬픔) 갑질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평범한 이웃들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물아래 두 발은 치열하게 움직여야 하듯 이 책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모든 일은 양면성을 띤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통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도 있지만 감내해야 하는 슬픔도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기쁨에 집착하거나 슬픔의 비중만 너무 예민하게 인식한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다시 주변을 살핀다. 베란다 천리향이 꽃잎을 열었다. 봄의 언어는 온통 설렘이고 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