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18

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크/정영목 옮김

by 마법모자 김시인


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크/정영목 옮김


851페이지에 달하는, 주석까지 포함하면 961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책이다. 읽지 못할 이유들이 차고 넘쳤다. 학교 수업과 때때로 딸과 시간 보내기, 천지사방 꽃과 초록들의 유혹이 만만치 않았던 4월이다. 책을 읽지 않고 독서토론회를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그래서 읽었다.


이 책은 호치민 개인의 역사이며, 베트남의 역사이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역사이며, 제국주의와 식민지 국가의 역사이며 냉전체제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묵직했다.


그의 전 생애는 혁명적이었고 사흘에 한 번씩 거쳐를 옮겨야 할 만큼 위험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으며, 소련과 중국, 프랑스와 미국 등 강대국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의 운명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으며, 혁명으로 전쟁으로 개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주의자였고 온건파였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길을 선택했다.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 오랜 꿈이었고 마르크스나 레닌을 존경했지만 베트남의 독립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었던 사람이었다.


베트남의 호 아저씨 응우옌 아이 쿠옥, 베트남 국민이 아님에도 그의 이름이 뜨겁게 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의 생애와, 그가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독립과, 이념과 명분과 야욕에 스러져간 목숨들이 안녕하기를.


기도조차 묵직하다.



#호치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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