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일상 3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친해지기

by 마법모자 김시인

얼마 전 '테마 기행 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우리 동네가 소개되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성당 뒤편 십자가의 길 그곳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척에 화장산을 두고도 이렇게 외부의 자극에 의해 그곳을 가 볼 생각을 하다니, 참 게으르게 살았다.


가톨릭 신자인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햇살이 환한 날, 사부작사부작 친구랑 저 길을 걸었다. 친구는 자기가 아는 바를 설명해주고 나는 궁금한 것을 묻고.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저 길에 들면 누구라도 경건해지고 묵묵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너무 가파르지도 너무 평이하지도 않았다. 성모 동굴 성모님 앞에 앉으니 간절한 소원이 없어도 두 손을 모으게 되고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다. 박해를 피해 그곳에 머무르기도 했다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성모님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그곳에서 잠시 앉아 쉬었다. 나무에 가려져 온전하게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가 내려다 보였다.


성모 동굴에서 화장산 정상까지는 길이 제법 가팔랐다. 나는 한두 걸음 걷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심장이 심하게 뛰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보폭을 맞춰 주었다. 천천히,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야트막한 동네 뒷산, 그곳을 오르고도 감격에 겨웠다.


부산을 뜨는 나를 보더니 길을 묻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겠다 자처하셔서 친구랑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 또한 추억이 되었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았다. 이 동네를 제법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런 곳들을 사부작사부작 걸어볼 작정이다. 늘 가던 곳, 늘 만나던 사람 그렇게 익숙한 것에만 관심을 두고 살았다.


화장산 아래 '송대'라는 마을의 이름이 왜 송대가 되었는지 명확히 이해했다. 내가 아는 길에는 소나무만 많았는데 저 길에는 대나무가 정말 빼곡했다.


친구랑 걸어서 저 길이 좋았고 평범한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다 간 성인들을 생각하며 걸을 수 있어서 저 길이 좋았다. 친구가 내 보폭에 맞춰 걸어주어서 고마웠다. 심장이 예민한 나는 산에 가자는 말을 아주 무서워한다. 그걸 아는 친구가 너 괜찮냐고 자꾸 물었다. 괜찮았다 나.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한 뿌듯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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