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놀이터 11

합천 가는 길

by 마법모자 김시인

형제들 모임이 있어 합천을 다녀왔다. 두세 번의 약속이 나 때문에 연기되고, 그러다 잡은 1박 2일이 어제오늘이었는데 그마저 오늘 하루만 참석했다.


귀촌을 결심한 언니가 마련한 시골집에도 가보고, 셋째 오빠 집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재미있게 놀았다. 둘째 오빠, 셋째 오빠, 이제 언니까지 합천군에 모여 살게 되었으니 나도 슬그머니 그쪽 삐알로 몸이 기운다.


7월은 누가 뭐래도 배롱꽃의 계절이다. 온통 초록 그 틈에서 마음껏 붉음을 발산하는 배롱나무를 원 없이 봤다. 언양, 밀양, 창녕, 합천으로 이어지는 그 길에 배롱나무가 그렇게 많은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붉은 꽃 옆에 더 붉은 꽃, 무더기무더기 핀 꽃, 홀로 핀 꽃, 보라, 분홍, 하양. 꽃잎의 색깔은 다르지만 7월의 배롱나무는 황홀하다. 아카시아 핀 계절엔 아카시아 나무만 보이고 배롱꽃 핀 계절엔 배롱나무만 보인다. 자연이 그렇게 섬세하게 말을 걸어야 우리는 그 존재를 알아차린다.


가는 길에, 언제쯤 도착하는지를 묻는 전화가 두 번 왔다. 석남터널을 지날 즈음, 그리고 적교 다리 건널 즈음. 마음이 급해진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속도제한 벗어나면 신호 걸리고, 달릴 수가 없다고. 시골길은 그렇다. 덕분에 풍경은 다채롭고 눈부시다.


우리 삶도 때로, 붉은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할 때가 있고, 속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땐 고향 가는 길이 마냥 설레고 신났다. 지금은 여러 생각과 감정을 붙들고 고향을 간다. 아릿하고 애틋한 그 무엇이 여전히 그곳에 있음이 분명하다.




합천 가는 길


중력의 중심축이 그곳에 있나 보다


한 발을 내딛으면 닿을 듯 이끌린다


오늘은 열여섯 살 내가 마중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