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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모자 김시인 Mar 16. 2023

내가 만난 책 이야기  26

평온/알랭드 보통

평온... The School of Life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의 삶의 지혜와 통찰'이라는 부재가 붙었다.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 그의 문장을 마주하면  요즘 흔히 하는 표현으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 든다.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면에 깃든 이중의 감정을 본다. 꼭꼭 숨기고 싶은 욕망과 완전히 들키고 싶은 욕망이 공존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문장 앞에서 민낯의 나를 발견하는 것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때로는 질책 같고 때로는 위로 같다.


한동안 평온하지 못했다. 평온해지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내면은 더 복작거렸다. 이 책을 덮으며 결심한다. 평온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기, 그리고 판단을 미루고 흘려보내기, 평온해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지나친 감정에 함몰되지 않기, 감성과 이성의 균형추를 자주 점검하기, 지나친 낭만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쓰고 보니 결심들만 난무하게 한 책이다. 그래도 괜찮다. 평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도 이 책 속에는 있다. 내가 대면하게 되는 모든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삶을 대하는 성숙함일 것이다.


나를 들여다보는데 어쩌면 일생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예민하다. 그런 내가 때로는 안쓰럽고 때론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


많은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감정에 끌려다녔다. 어른스럽지 못했다. 그런 내가 보이는 책이다.


** 2년 전 카카오스토리의 기록이다. 천지사방 봄빛인데 텍스트에 갇힌 채 이 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계절은 눈부시고 그 속의 우리 또한 그런 존재임을 믿는다. 이 글을 썼을 때보다 훨씬 평온해졌다. 오늘 아침 문득, 그 사실이 감사하다. 평온과 평범,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 삶이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도. 환한 계절이다. 눈부시고 경이롭다.

#알랭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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