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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모자 김시인 Feb 22. 2023

詩詩한 일상 20

삼 남매의 이별 풍경


어젯밤 새벽 1시 큰딸이 공항버스를 타고 우리 곁을 떠났다. 아빠가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겠다 했지만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다며 한사코 공항버스를 다 했다.


캐리어 3개, 보스턴백 1개, 백팩 1개에 가득 짐을 챙갔다. 그것은 이제 그 아이의 삶의 터전이 이곳이 아닌 그곳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내가 캐리어를 끌고, 둘째가 언니의 백팩을 메고 나란히 걷는 삼 남매의 모습을 남편과 나는 뒤에서 지켜보았다. 나란히 걷는 삼 남매의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둘째는 한동안 눈물을 달고 살았다. 밥 먹다가 울고, 수다떨다 울고 웃다가도 울었다. 그 아이가 1년 동안 언니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큰딸은 가면서 남동생 용돈을 챙겼다. 둘째는 공항 가서 뭘 챙겨먹으라돈과 손편지를 언니 가방에 넣었다 했다. 막내는 군대에서 자신을 견디게 해 주었던 회중시계를 누나에게 주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을 누나에게 주고 싶었다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누나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이 고맙고 감사했다.


2주 가까이 큰딸은 거의 매일 외출을 했다. 그 아이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건 우리 가족만이 아니었다. 아이의 그런 인연들에 감사했다.


다시, 긴 이별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걱정하고 응원하면서 우린 또 그 시간을 견딜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눈에서 멀어졌기에 마음엔 더 가까이 있다.


7년 동안 혼자 꾸려 간 외국 생활에서 아이는 단단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제 걱정은 안 하려 한다. 다만 참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하리라 다짐한다. 엄마의 기도는 태평양도 건널 수 있음을 이제 안다. 함께했던 1년여의 시간이 떨어져 산 7년의 세월을 깡그리 잊게 했다.


그 힘으로 다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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