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비기너의 검도 일기
1.
야구라고 치면 파울볼 수십 개와 안타 한 개의 차이 같은 거라고. 파울볼 아무렇게나 수십 개 때려봐야 의미 없어 힘들기나 하지. 한 번을 때려도 안타를 때려야 해. 항상 정확하게. 똑바로 보고.
그렇다. 빈틈을 노려 몰아치듯 공격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흐트러진 마음과 검으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은 내 목숨과도 같은 체력을 써가며 파울볼을 때리는 일이나 다름없는 거다. 침착하되 타격 한 번 한 번에 정신을 쏟아야 한다. 스피드와 기교는 그 다음의 문제다.
2.
30년씩 검도를 해오신 관장님들 혹은 최소 10년 이상씩 수련하신 사범님들과 호구를 갖춰입고 선혁을 맞대고 서면 나와 비슷한 초심자와 대련할 때와 느낌이 달라서 늘 당황하게 된다.
눈 앞의 상대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내 타격을 기다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다시 말해 시합 때와 같은 살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얼어붙는다. 마음놓고 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에게 빈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빈틈이란 방심하거나, 힘들어 흐트러지거나, 수를 읽히는 찰나를 의미한다.
검도는 기본적으로 양측이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탐색하다가 그 빈틈을 노려 한 순간에 먼저 파고들어야 이기는 승부다. 그러니 나와 마주본 상대의 몸이 곧게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면, 호면 격자 너머의 눈에서 어떤 찰나의 동요도 변화도 읽어낼 수 없다면, 맞댄 선혁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흐트러짐이 없다면. 그 틈이 보이지 않으면 섣불리 검을 들어올리지 못하게 된다. 검을 내어 파고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검을 맞댄 그대로 굳는 것이다. 그 순간은 정말 등에 땀이 삐질삐질 난다.
둘째. 내 수가 읽히고 있고, 그래서 내 타격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세에서 패한 거다. 상대의 실력이 어떻든 내가 얼마나 두들겨 맞았든 내 것, 내 기세는 끝까지 지키고 유지해야 하는데 그 정신이 흔들리면 승부를 뒤집는 건 고사하고 시원한 유효타 하나도 날릴 수가 없다. 상대를 매순간 집중해서 인지하되 그에 휘둘리느라 내 걸 잃어버리면 안 된다. 나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남을 쓰러트릴 수 있겠냐고.
나는 처음으로 호구를 썼던 3월 경에 처음으로 고단자 앞에서 얼어붙어 어버버할 귀한 기회가 있었고, 지금도 매번 얼어붙는다. 다만 얼어붙지 않은 척하거나 얼어붙은 몸으로도 별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 때리는 거다. 다만 이제는 검도의 원리와 승부의 매커니즘을 아주 조금 더 파악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얼어붙는 내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그를 토대로 극복하려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3.
팔이나 손으로 힘줘 누르면서 치는 게 아니야. 발로 친다고 생각해. 몸이 앞으로 밀리고 체중이 오른발에 실리면서 검이 저절로 나가는거야. 기검체 일치.
만성적인 오른 발목의 통증 때문에 검도를 한 기간에 비해 발구름이 약한(거의 없는) 편인데, 발구름은 정말 중요하다. 체중과 기세를 실어서 치고 나가지 않으면 파워도 스피드도 생길 수가 없다. 지난 주와 오늘 연습한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당연히 발구름이다. 발구름은 기본이고 토대가 된다.
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