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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Oct 01. 2021

잡으면 끝날 거 같지?<보이스>

2021년 79번째 영화

제목: 보이스(on the line)

감독: 김선, 김곡, 출연: 변요한(서준), 김무열(곽프로)

줄거리: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몇 달 전, 한 검사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말해준 소속으로 검색해보니 해당 검사가 있긴 했다. 순간 무서웠다. 누가 내 이름으로 정말 통장을 개설했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그 전화로부터 몇 개월이 흘렀지만 아무 일이 없다. 돈도 없는 나에게 한 탕을 해보려 했었나보다. 피싱 문자는 받아본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인지 <보이스>는 내가 꼭 필관해야 할 영화처럼 느껴졌다. 마침 관람권도 있겠다 시간도 되겠다 해서 어제 <보이스>를 보고왔다. 생각보다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한 영화라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오르면서 답답했다.

전직 경찰인 서준은 경찰을 그만두고 건설현장 근무 중이다. 승진을 앞둔 상태라 마음이 한껏 들뜬 상태이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는 말처럼 불행이 스멀스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났고, 일시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전파가 터지지 않은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서준의 아내에게까지 뻗친 불행은 서준의 가족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 불행은 바로, 보이스피싱. 서준이 근무하는 건설현장에 전파가 막힌 틈에 서준의 아내에게 전화를 건 보이스피싱 일당은 있지도 않은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훔쳐간다. 순식간에 당한 서준의 아내는 은행으로 뛰쳐나가보지만 이미 인출이 다 된 상태라 돈을 되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서준의 아내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돈만 돌려달라고 사정사정을 하지만 보이스피싱 일당은 돈 입금한 사람이 멍청한 거라며 오히려 그녀를 약올린다. 자책에 빠진 서준의 아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난다.

아내와의 여행의 꿈에 부풀어있던 서준은 경찰 짬바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일당을 붙잡으려 한다. 우선 보이스피싱 일당의 쫄병들을 공략해 몸통으로 들어가려는 계획을 세운다. 경찰 근무 시절 알게 된 깡칠이라는 여자를 조력자로 삼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서준은 마치 그 보이스피싱 현장을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보이스피싱 일당들에게 접근한다. 그때 경찰이 들이 닥치고 우연히 일당의 고위인사(?)를 도와준 서준이 마침내 몸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중국으로 넘어간 서준. 서준은 몸수색에 소지품까지 다 빼앗기며 보이스피싱 조직에 위험천만하게 입성한다. 숫자를 써놓은 암적색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들과 빼곡한 책걸상과 전화기들. 서준은 실력파 직원들에게 그들의 수법을 배우며 가족의 행복을 깨트린 놈들에게 치를 떨게 된다. 서준은 이 팀의 실세에 오르기 위해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그러다 자신의 편도 하나 만들게 된다. 서준은 기획실이 팀의 실세임을 알게 되고 기획실 총책 곽프로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쓴다. 

돌발행동을 벌인 탓에 곽프로의 눈에 든 서준은 본격적으로 기획실 업무를 보게 된다. 대본을 짜고 개인정보 거래가 이루어지는 그곳. 서준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몰래 돌아다니며 동선을 파악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루어야 하는 일은 톡톡히 이뤄내지만, 그 짓도 얼마 못 가 들키고 만다. 서준의 뒤통수에서 기습을 한 곽프로는 서준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그 시각 바깥에서는 한국경찰과 중국공안이 협력해 보이스피싱 일당을 잡으려 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 없어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서준의 문자를 받고 사채업자와 중국으로 날아온 딴칠이 덕에 수사는 점점 물꼬를 튼다. 마침내, 경찰들이 보이스피싱 일당이 생활하는 곳을 덮치고 일당은 전부 구속, 피해액은 전액 반환된다.


위에서도 말했듯 현실적인 부분이 드러나 좋았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갑갑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과없이 드러낼 수 없는 부분들이 훨씬 많기에. 그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어찌 스크린에 담을 수 있을까. 그게 표현이 될까. 신파로 가는 대신 긴박감과 현실감을 더한 <보이스>는 누구에게나 와닿을 수 있는 영화다. 보이스피싱의 유무와 상관없이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보이스피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더더욱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유익한 일들이 많을텐데 중국까지 가 모진 시련을 당하면서까지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은 참 답답했지만 결말에 가서는 시원했다. 영화라도 이렇게 시원해야지..싶은 결말. 그런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못 먹어서 안달이고 더군다나 돈이 걸린 일이니 서로 드러내지 않을 뿐 송곳니를 숨기고 있다. 그러다 위급해져서야 드러내는 송곳니. 가족들이 걱정하시니 제발 귀가하세요. 아니 저런 일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마시고, 금전 부탁을 하면 무조건 끊을 것. 피해자분들의 잘못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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