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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Nov 29. 2021

그 사랑은 피가 끓는다,<박쥐>

2021년 82번째 영화

제목: 박쥐(thirst)

연출: 박찬욱, 출연: 송강호(신부, 상현), 김옥빈(태주), 신하균(강우)

줄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 하다가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르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피를 원하는 육체적 욕구와 살인을 원치 않는 신앙심의 충돌은 상현을 짓누르지만 피를 먹지 않고 그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살인하지 않고 사람의 피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상현은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기도를 청하는 신봉자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 친구 ‘강우’와 그의 아내 ‘태주’를 만나게 된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느낀다. 태주 또한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와 무능력한 남편에게 억눌렸던 욕망을 일깨워준 상현에게 집착하고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태주를 사랑하게 된 상현은 끝내 신부의 옷을 벗고 그녀의 세계로 들어 간다. 인간적 욕망의 기쁨이 이런 것이었던가.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하게 된 상현은 신부라는 굴레를 벗어 던진다. 점점 더 대담해져만 가는 상현과 태주의 사랑.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태주는 두려움에 거리를 두지만 그것도 잠시, 상현의 가공할 힘을 이용해 남편을 죽이자고 유혹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더욱 그를 조여오는 태주. 살인만은 피하고자 했던 상현은 결국 태주를 위해 강우를 죽이기 위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사랑,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보고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박쥐>라는 영화를 찾은 지는 오래 되었으나 당시에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망할 2시간 넘어가는 러닝타임..) 벼르고 벼르다 오늘 시간이 생겨 보게 되었다. 역시 미장센은...축축한 것은 날 것에 어울렸다. 박찬욱 영화 중에 가장 욕망이 넘치는 영화였다. 보면서 플로렌스 퓨 주연인 <레이디 멕베스>가 생각났다. 억압 당하는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조금 다른 결이긴 했으나 나는 이런 여성 캐릭터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여성 캐릭터 사용법이 많이 변화했다고 느낀다. 좋다는 의미고,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이 한몸 받쳐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노라하는 생각을 갖고있던 상현은 비밀 실험을 위해 외국으로 훌쩍 떠난다. 그곳에 갇혀 실험을 당하던 도중 죽고 만다. 의사들은 희망을 가지고 피를 수혈하고, 상현은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상현은 더이상 인간이 아니다. 낮에는 돌아다니지 못하고,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으로 돌아온 상현은, 햇빛이 닿아선 안됐기에 자신의 피부를 붕대로 칭칭 감고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다닌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옛 친구 강우를 만난다. 강우는 백혈병이었는데 그 소문을 들은 강우의 엄마가 강우에게 기도 좀 해달라며 애원한다. 그때, 강우의 아내인 태주하고도 처음 만나게 된다.

기적적으로 나아 병원에서 퇴원하게 된 강우와 함께 집에 오게 된 상현. 상현은 가까스로 피에 대한 욕망을 참고 있지만 다른 욕망이 그를 덮친다. 바로, 태주를 향한 욕망. 뱀파이어가 되며 성욕도 돌아온 상현은 스스로를 절제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태주를 향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태주는 자신을 우습게 보는 엄마와 남편과 함께 살며 자신의 생각 따위는 짓밟아진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태주에게 상현은 빛과 같았다. 자신을 이 지옥에서 꺼내줄 사람. 그는 상현과 사랑을 나누며 그동안 억눌렀던 욕망과 욕구들을 내뿜는다. 하지만 가족들의 눈을 피해 이 집을 나갈 수 없던 태주는 상현과 계획을 짜 강우를 죽이고, 엄마를 불구로 만들어버린다. 

드디어 이 집을 나갈 수 있게 되지만, 태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상현과 똑같은 존재가 되길 원한다. 바로 뱀파이어가 되는 것. 그동안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태주에게는 뱀파이어가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 존재를 사랑하고. 상현은 겁이 나지만 그녀의 소원대로 뱀파이어가 되게 해준다. 

둘은 이제 밤하늘을 날아다니고 지붕 위를 넘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태주가 피를 먹기 위해 어떤 일이든 저지르고 다니는 것이다. 상현은 자신은 살인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태주를 말리지만 이미 폭주한 태주를 멈출 수 없다. 태주는 일부러 사고를 내 다친 운전자의 피를 빨고, 정기적으로 집에 모이는 '오아시스'멤버들을 죽이기도 한다. 상현도 그런 태주를 돕는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끝나고 상현은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듯, 태주와 해가 떠오르는 바다로 향한다. 태주는 상현을 햇빛으로부터 구하려다 초연하고 상현과 함께 보넷 위에 앉는다. 그리고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서서히 타들어간다. 잠시 후, 상현이 빌려준 구두가 태주 발에 신겨진 채로 툭 떨어진다.


설정이 신선하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는 설정이라니! 욕구가 억압된 존재들이 만나 욕구를 분출하며 자유를 살아가는 것도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된다는 것도 좋다. 동화 같고 기적 같달까. 보다보면 피가 많이 튀겨서 무서울 법도 한데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좋지 않은 장면들도 있었으나, 일단은 칭찬을 더 해주고 싶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 본 존재라 두근두근하기 때문.

위에서도 말했듯 감독님의 여캐 사용이 변화했다. 주관적으로 <올드보이>까지에서의 여성 캐릭터 사용은 소모적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다음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에서부터는 진취적이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팡 터진 작품이 <아가씨>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박쥐>라는 작품도 있었고. 암튼 좋다. 뭐든 좋다.


송강호랑 신하균 조합이라니..박찬욱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복수는 나의 것>인데 거기서도 두 배우의 환상 호흡이 참 좋았다(?) 둘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유괴범 일당으로 나왔었다. 이 조합이 여기서도 나온다니..!(두근) 이걸 보고 나니 <복수는 나의 것>이 더 보고싶어졌다. 피 냄새 나는 아름다움, 왜 이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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