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번째 영화
가벼운 작품을 보고싶어 무얼 볼까 찾다 발견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약간 특이한데, 등장인물들과 입으로 내뱉는 말은 모두 일본 것이고, 그외의 것은 중국 것이다. 소개에 나와있는 것처럼 중국의 세 도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좋았다. 작가가 써내린 소설에서, 누군가의 일기장 한 귀퉁이에서 발견할 법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각자 겪은 바가 다르기에 특별하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샤오밍은 비오는 날 저녁,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샤오밍은 어렸을 적 할머니와 함께 먹던 단골가게의 '산시엔 미펀'을 좋아했다. 투명한 면, 가득한 고명, 오랜 시간 우려낸 국물...그러나 단골 가게는 해가 붉게 지던 저녁,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린다. 중학생이 된 샤오밍은 시내에 새로 생긴 미펀 가게에서 아침을 늘 챙겨 먹는다. 그 집 미펀이 맛있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아이를 보기 위한 것도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미펀 집은 낚시 용품 가게로 바뀌고, 샤오밍은 그곳을 갈 이유가 사라진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전보다 양은 줄고 가격은 비싸진 미펀을 먹는다. 미펀을 다 먹고, 집으로 가려는데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고향으로 향하는 샤오밍. 할머니는 샤오밍에게 싱긋 미소 한 번을 지어주시고는 하늘나라로 떠난다. 할머니의 장례 후, 샤오밍은 시내 미펀 가게로 향한다. 고명이 잔뜩 올려진 미펀, 따릉따릉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여학생. 샤오밍을 익숙한 것들이 꼬옥 안아준다.
유명한 모델 이린은 디자이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보니 예전만큼의 초심도 사라지고 다 지루해져버렸다. 그런 언니를 한결같이 응원하는 동생이 있기에 이린은 오늘도 힘을 내보기로 한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바로, 새파랗게 어린 모델이 나타난 것! 생기가 도는 모델의 얼굴은 자신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어딘가 얄미운 후배는 곧이어 잘되기까지 한다. 여러가지 일로 압박감을 느낀 이린은 중요한 패션쇼에서 쓰러진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패션지들은 후배 모델을 쓰기 시작하고, 이린은 온데간데 없다. 그래,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 내 소원이었는데 잘 됐지 뭐~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아쉬운 상황이다. 그때 마침, 매니저 스티브가 이린에게 내일 여기까지 오라며 지도 한 장을 준다. 그곳은 바로, 이린의 동생과 매니저가 합작해 마련한 패션쇼! 이린은 당황했지만, 이내 동생이 만든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리모와 샤오유. 둘은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샤오유는 다리를 다쳐 학교를 며칠 나오지 못하게 된다. 수업을 녹음해달라는 샤오유의 부탁으로 리모는 테이프에 녹음을 해준다. 그것을 시작으로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녹음해 테이프를 주고 받게 된다. 테이프를 듣던 중, 샤오유가 리모가 진학하기로 한 곳과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리모는 화가 났지만 까짓것 고등학교 하나 같이 가보지 하는 마음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리모는 붙고 샤오유는 떨어진다. 그렇게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헤어지게 된 둘. 둘은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많이 어색해져있다. 그때, 샤오유는 자신이 준 테이프를 들었냐고 리모에게 묻는다. 리모는 테이프를 받은 기억이 없어 되묻는다.
성인이 된 리모는 샤오유가 준 테이프를 이삿짐 정리하다 발견한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는 할머니집으로 달려가는 리모. 시간이 오래 지나 돌아갈 지 모르는 테이프를 재생한다. 그 테이프에선 엇갈린 서로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리모는 친구와 함께 모텔을 운영 중이다. 비가 서서히 개던 어느 날,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위에도 썼듯, 이 애니메이션은 누구나가 다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따뜻하고 몽글몽글했다. 누가 내 일기장을 훔쳐본 것만 같은 부끄러움과 쌉싸름함. 그래, 그때의 나는 참 어렸고 그래서 더 아팠을 지 모른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런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무감각한 나를 건드리고 추억에 젖게 하는 것 또한 그런 것들이겠지. 나는 어린 시절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 그렇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때의 추억들은 참 이쁘고, 고마울 뿐이다. 오늘 저녁엔 어린 시절 앨범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