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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r 20. 2022

겨울에서 서로가 피다,<타락천사>

2022년 23번째 영화

제목: 타락천사(墮落天使: Fallen Angels)

감독: 왕가위, 출연: 여명(황지민), 금성무(하지무), 양채니(체리,찰리), 이가흔(지민의 파트너), 막문위(금발, 펑키, 베이비)

줄거리: 킬러가 청부 살인을 하는 동안 그의 파트너는 주인 없는 방에서 침대 시트를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검사한다. 그들은 동업한 지 155주나 되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킬러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파트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한편, 수감번호 223 하지무는 5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잃었다. 밤마다 주인 없는 상점에 무단 침입해 장사하던 그는 어느 날 떠나버린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찰리를 만나고 그녀를 도와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한다.


중경삼림을 먼저 봤던 나는 이 작품을 꼭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무가 중경삼림에도, 타락천사에도 모두 등장하는 인물이었기에 그러니 당연히 이어지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타락천사는 중경삼림과는 또다른 멋이 있었다. 더불어 왕가위 감독은 정말 배운 변태라는 것이 느껴졌다.

지민은 살인 청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피 튀기며 보내고 있다. 그가 일을 하고 있을 때, 그의 파트너는 그가 살던 곳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있다. 그가 깔아놓은 침대 시트를 쓸어담고, 버린 쓰레기를 정리하고. 둘은 오랜 시간 함께 일했지만 한번도 서로의 얼굴을 본 적 없다. 그러나, 그의 파트너는 그를 향한 사적인 감정이 생기고 만다. 그의 쓰레기에서 쓸쓸함을 느끼고, 그리움을 느끼고, 때때로는 그를 떠올리며 침대에서 욕구를 풀기도 한다. 이럴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자신임을 까맣게 잊은 채.


지민은 이제 이 지긋지긋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파트너에게 일을 그만 둔다는 말을 꼭 해야 하는데 말하기 어렵다. 한번도 보지 않은 파트너의 얼굴을 보기도 겁나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하는데, 자신이 자주 가는 음악 바에 번호 하나를 남겨둔 것이다. 번호를 눌러 음악을 선택하자 노래가 흐른다. 다 듣지 않아도 알았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지민에게 다른 인연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금발에 파마를 한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 지민을 산만하게(?)만든다. 정신없는 그와 함께 다니며 외로움을 달래지만, 아니 달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지민은 결국 금발의 여인도 떠나게 된다. 지민은 청부 사건을 여느 때와 같이 해결하던 중,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 쏜 총에 맞아 죽는다. 그 소식을 들은 파트너는 일을 할 때,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자는 힘든 다짐을 한다.

여기 말을 잃은 한 청년이 있다. 수감번호가 있는 이 남자는 하지무이다. 어렸을 적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어 이렇게 되었다. 그는 모두가 자는 깊은 밤, 문 닫은 가게들을 전전하며 장사 흉내를 낸다. 말을 할 수 없어 제대로 된 장사는 할 수 없지만 그는 꽤 자신이 만족스러울 정도의 수완(?)을 낸다. 

그렇게 하릴없이 밤 거리를 쏘다니던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찰리. 찰리는 자신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서 울먹이는 그를 위해 어깨를 내준 지무. 지무는 다음 날부터 그를 떠난 '금발령'이라는 남자를 찰리와 함께 찾아다닌다. 그렇게 오래,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지무에게 찰리는 잊지 못할 첫사랑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는 오직 금발령 뿐이었고, 지무와 경기를 보기로 한 날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지무는 경기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체리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한 식당에서 지민의 파트너는 밥을 먹고 있다. 그와 좀 떨어진 자리에서 싸움이 났다. 잠시 후, 싸움이 멎고 흠씬 두들겨 맞은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다. 그는 하지무. 둘은 사는 곳이 같아 몇 번 본 적 있다. 둘은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그날, 그는 지무에게 오토바이를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도로를 달리는 둘의 모습이 비춰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위에도 적었지만 왕가위는 정말 변태이다. 중경삼림 후속작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엮었다고?! 싶을 정도로 중경삼림 처돌이를 미치게 했다. 대사나, 직업이나 몇몇 장면들은 중경삼림과 똑 닮아 있어서 새록새록 생각났다. 이 점 하나만으로 정말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다.

여명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고독한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 같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는 미남상의 느낌이 물씬...! 금성무는 말괄량이지만 고독하고 귀엽고 혼자 다하네...♡

그 무엇보다 내가 압살당한 배우는 가흔 배우님...정말 당신 뭡니까...내가 입으면 거지같은 옷을 때깔나게 소화하시고 담배를 문 입에, 진한 화장까지 미치도록 멋지게 소화하시는 당신은...♡분위기가 엄청나 할 말을 잃었다. 

아무쪼록 왕가위의 미친 영화 잘 봤다. 이 영화를 보고 중경삼림을 다시 보니 더 좋았다. 이제 세트로 좋아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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