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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r 20. 2022

여름은 젖어들기 딱 좋잖아요,<중경삼림>

2022년 24번째 영화

제목: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감독:왕가위, 출연: 임청하(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개자), 양조위(경찰663), 왕페이(페이), 금성무(경찰223)

줄거리: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어제 타락천사를 보고 오늘 중경삼림을 보았다. 타락천사에서 찾은 중경삼림과 닮은 부분을 되짚어보며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한 번 본 영화인데 다시 찾은 이유는 왕가위 영화만의 감성이 참 좋기 때문이다. 설렘이라는 감정이 돌아돌아 표현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곱씹어야 그제서야 깨닫고 더더욱 생각나는 맛. 중경삼림이 나에게 그런 영화다. 내년에 한 번 더 보지 않을까 싶다.

경찰223은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만 먹는다. 이유라면, 그녀가 사랑하던 아미는 4월 1일에 떠났고, 그날은 만우절이라 자신에게 다가온 이별을 부정하며 딱 한 달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도 안다. 아미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가 돌아오지 않은 지금, 그는 하염없이 5월 1일자로 유통기한이 끝나는 통조림만 먹는다. 

외로움을 달래려 자신이 자주 가는 단골가게에서 여러 여자들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자신에게 호감을 전한 여자 종업원을 뒤늦게 찾아가보지만 그의 연인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파인애플을 잔뜩 먹은 다음 날, 술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근처 바로 향한다. 경찰223은 그곳에서 바에 처음으로 들어온 여자를 사랑하기로 한다. 곧이어 바의 문이 열리고, 금발 파마를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그 옆에 다가가 앉는 경찰223. 그는 한바탕 하고 온 듯 지쳐보인다.


그는 마약밀매 중개상이다. 인도 사람들과 서로 도와가며 마약 사업을 하고 있다. 매번 일 없이 잘 나가던 사업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게 끝났다. 약속 시간까지 공항에 나오기로 한 인도 사람들이 나오지 않은 것. 물건은 모두 그들에게 있고, 중개상은 가진 것이 없다. 그때, 그의 돈을 노린 일당들이 그의 뒤를 쫓고, 가까스로 위기로부터 탈출한다. 그렇게 쫓겨쫓겨 온 곳이 바로 이 바였다. 뛰어오느라 고단했는데, 한 남자가 자신에게 이상한 말이나 걸어오더니 심드렁했던 것.


영업시간이 끝난 후, 지무와 밀매상은 함께 가게를 나와 한 호텔에서 쉬었다 간다. 밀매상은 정신없이 잠 들고, 지무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몇 분 후면 25살이 되는 경찰223.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며 밀매상의 다리가 부을까 신발을 벗겨주고 호텔방을 나온다. 온몸의 수분을 빼기 위해 비오는 운동장을 달리고 또 달리는 경찰223. 오늘도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며 삐삐를 버리고 가려던 그때, 요란한 벨소리가 울린다. "생일 축하해요." 밀매상의 목소리다.

페이는 사촌 오빠의 가게를 아르바이트를 하며 돕고 있다. 그가 일하는 시간에 찾아오는 경찰이 있다. 바로, 경찰 663. 항상 쉐프 샐러드를 시키다 사장님의 권유로 피자도 사가고, 핫도그도 사갔던 그는 여자친구가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의 여자친구는 가게에 편지 하나를 맡겼다. 좌석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편지. 그는 차마 이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편지 받는 것을 미룬다. 하지만, 그 편지가 담긴 봉투에는 그의 집 열쇠도 담겨 있었다. 경찰663을 좋아하던 페이는 몰래 그의 집에 가 집 정리를 해주기로 한다. 우선, 빨래를 널고, 비행기를 날리고, 물건들도 새 것으로 바꿔준다. 하루는 경찰663이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여자친구가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 누가 온 것은 맞았으나 여자친구는 아니었지. 페이는 663의 눈을 피해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페이는 663이 집에 온 줄 모르고 그의 집에 찾아간다. 문 앞에서 그를 맞닥뜨리자 놀란 페이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쥐가 났다는 변명을 하며 그의 집에 들어가는 페이. 663은 페이의 다리를 마사지해주다 둘은 잠에 든다. 시간이 조금 흘러, 663은 집안 곳곳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페이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그런 페이의 마음을 안 그는 페이에게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둘은 엇갈린다. 가게 사장님은 663에게 와 페이가 캘리포니아로 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둘은 다른 캘리포니아로 향한 것이다. 페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663은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바. 사장님은 이야기를 하며 편지 하나를 전해준다. 전과 같이 이별을 마주하기 싫었던 663은 편지를 버린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바뀐 그는 빗속으로 뛰어들어가 편지를 가져온다. 편지엔 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날짜는 내년 이 날.


내년, 페이는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다. 멋들어진 승무원 복장을 입고 말이다. 다시 찾아온 가게엔 사장님은 없고 663이 있다. 사장님은 그 사이 가라오케를 열었고, 가게를 어찌 처리할 지 몰라 663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는 페이에게 자신이 받은 티켓을 보여주며 유효하냐고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냐 묻는 페이에게, 663은 당신이 가고 싶은 어디든 이라고 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왕가위는 다시 한번 변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런 식으로도 사랑을 알려줄 수 있다니. 특히, 양조위 왕페이 이야기 엔딩은 미쳤다. 서로가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이 사랑의 시작이라니..믿기지 않을 정도로 설렌다. 

나는 이번에 두번째 감상을 하며, 지무의 이야기도 주의 깊게 보았다. 확실히 타락천사를 본 뒤라 그런지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지무는 왜...와이...힘든 사랑만을 택하는 것인가요...킬러가 이상형이라면 내가 기꺼이 되어볼게(?)...그렇게 다시 태어난 지무는 밀매상과 어떤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마지막이 해피해피했으니 그 뒤에도 당연히 해피해피했을 것이라고 예상해보겠습니다...^^아니면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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