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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11. 2022

밀려오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영원한 여름>

2022년 34번째 영화

제목: 영원한 여름(eternal summer)

감독: 레스티 첸, 출연: 장예가(캉정싱), 장효전(위샤우헝), 양기(후이지아)

줄거리: ‘캉정싱’과 ‘위샤우헝’은 해안가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위샤우헝’은 학급 최고의 말썽꾸러기, 반면 ‘캉정싱’은 학급반장까지 맡고 있을 만큼 최고의 우등생.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작은 수호천사”를 ‘캉정싱’에게 제안하는데, 그것은 바로 모범학생이 문제학생의 친구가 되어 바른길로 이끄는 것. ‘반장’의 의무감으로 그 제안에 흔쾌히 동참한 ‘캉정싱’은 그렇게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위샤우헝’과 단짝 친구가 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소년의 어색한 우정은, 차츰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영화제 소개글. 성장영화의 틀을 빈 퀴어 시네마, 또는 퀴어 시네마의 틀을 빈 성장영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쩡싱과 슈헹, 그리고 그들의 여자친구인 후이지아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쩡싱은 자신이 슈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후이지아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슈헹은 후이지아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후이지아는 두 사람의 억눌린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고 그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여름과 청춘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담은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줄거리도 마음에 들었다. 살짝 막장 느낌이 나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 사람마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감정 표현이 잘 되어 재밌게 봤다. 세 인물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되서 안타까웠다. 이해는 한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게 있으니까. 청춘은 혼란스러움에서 오니까.

캉정싱과 위샤우헝은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다. 위샤우헝은 틈만 나면 사고를 쳤고, 위샤우헝의 엄마는 그 아이의 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위샤우헝을 챙겨주게 된 캉정싱. 시간이 지나면서 캉정싱은 위샤우헝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이 마음을 실험이라도 해보듯 후이지아를 만나보기도 한다. 잠자리도 가지는데, 잘 풀리지 않는다.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진 캉정싱은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며 자신에 대해 공부한다. 후이지아는 그런 캉정싱을 발견하고, '성별'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을 알게 된다. 직감적으로 캉정싱이 친한 친구인 위샤우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후이지아의 배려로 캉정싱은 헤어지게 된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캉정싱의 시선이 후이지아에게 머무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을 본 위샤우헝은 후이지아에게 다가가 장난을 친다. 흘깃 미소를 날리는 후이지아. 그 뒤로 셋은 절친이 된다. 하지만, 자꾸만 커지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캉정싱은 위샤우헝을 피한다. 농구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후이지아 혼자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날, 위샤우헝은 후이지아의 속마음을 듣게 되고, 고백까지 하게된다. (아마, 후이지아가 웃음을 날렸을 때, 첫 눈에 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캉정싱의 마음을 아는 후이지아는 '대학에 가면 사귀어주겠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캉정싱은 대학에 가게 되고, 둘은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다.

아무래도 친구의 전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보니 말하기 껄끄러웠던 위샤우헝. 시간을 끌었지만 후이지아의 전화로 둘의 관계를 눈치챈다. 위샤우헝은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며 캉정싱에게 사과하지만, 그런 위샤우헝을 뿌리친다. 위샤우헝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한편, 후이지아는 연락이 둘 다에게 연락이 되지않자 캉정싱의 집으로 왔다. 잠시 후, 위샤우헝이 캉정싱의 집으로 찾아온다. 자신을 걱정하는 후이지아를 안아준다. 캉정싱은 어디로 갔냐고? 사랑의 상처를 잊기 위해 몸을 판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캉정싱은 위샤우헝을 피한다. 후이지아하고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위샤우헝에게 두 사람은 소중했기에 이 사이가 갈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셋은 말하지 못한 마음들을 가지고 바닷가로 떠난다. 워샤우헝은 후이지아에게 이렇게 된 게 다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듣다 괴로워진 캉정싱은 아니라고 이건 나의 잘못이라고 그만 만나자고 한다. 몸싸움을 하다 캉정싱은 워샤우헝에게 그동안 숨겨온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워샤우헝이 '우린 좋은 친구잖아'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파도 철썩)


좀 이상했던 건 워샤우헝과 캉정싱이 몸을 섞는데 이게 설명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왜 몸을 섞었는지도 그 이후의 태도도..이해가 가지 않는다. 양쪽 중 누구 하나라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인데 다들 입을 꾹 다 물고 묻어가기로 한대도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고?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설득력이 있다면 감정선을 잘 표현해서이다. 상황을 잘 표현한 것도 있고, 눈빛이 좋은 것도 있고. 이해는 충분히 됐다. 캉정싱이 왜 워샤우헝을 좋아했는지, 후이지아가 왜 둘 사이에서 빠지지 않았는지 등등. 그래서 안타까웠다. 보다보면 아 이렇게 끝나겠구나 싶은데, 정말 그렇게 끝나버려서. 관계가 바뀌길 바란 것은 아닌데도 어딘가 찌릿함이 남는다.

좋았던 장면은 가장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었다. 장난스러운 워샤우헝의 표정 잊지 못하고, 정리가 되어 깨끗해져버린 둘의 간극을 기억할 수밖에.

오랜만에 물 냄새 나는 영화를 보았다. 땀 냄새에 비 냄새에 아주아주 농익은 여름 느낌. 청춘은 또 치열하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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