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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13. 2022

태어나줘서 고마워,<브로커>

2022년 35번째 영화

제목: 브로커(broker)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송강호(상현), 강동원(동수), 이지은(소영), 배두나(수진), 이주영(이 형사)

줄거리: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내가 기대하던 작품 중 하나인 브로커를 보고왔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보면 늘 허전함을 주고 끝난다. 그게 연출에서 주는 것일 수 있고, 마음에 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보는 이유는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족이라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게도 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끝나고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세탁소 일을 하는 상현, 교회 베이비박스 업무를 담당하는 동수. 둘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브로커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브로커로 뛰는 일은 버려진 아이들의 입양이다. 입양을 보내고 중계비로 돈을 챙기는. 

비가 오는 어느날 밤, 비에 흠뻑 젖은 여자가 교회 베이비박스 앞에 아이를 두고 간다. 그 여자를 지켜보는 형사들과 두 남자. 형사들은 아이가 춥지 않게 베이비박스 안에 넣어준다. 두 남자는 베이비박스 안에 아이를 꺼내와 입양보낼 준비를 시작한다. 아이의 몸에는 엄마가 꼭 데리러 오겠다는 쪽지가 하나 있었지만, 두 남자는 여느 엄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믿지 않는다.

그러나 며칠 후, 아이의 엄마 소영이 돌아온다. 상현과 동수는 소영에게 입양에 성공하면 돈을 주겠다고 설득한다. 아무래도 생활이 급했던 소영은 그 둘과 함께 동행에 나선다. 첫번째 입양 희망자를 만나러 갔는데, 입양 희망자들은 아이의 외모를 지적하며 원래 주기로 했던 돈을 못 주겠단다. 보다 못한 소영은 입양 희망자들에게 똑같이 욕을 박아주며 입양을 없던 일로 한다. 두번째 입양 희망자를 찾아 나서는 세 사람. 두번째 입양 희망자는 형사들이 깔아둔 밑밥이었다. 형사들은 나름 철저히 교육을 해보지만, 동수의 허술한 테스트에 넘어가며 체포에 실패하고 만다.

사실 소영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었다. 소영은 몸을 파는 여자였고, 유부남의 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유부남은 소영의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욕했고, 화가 난 소영은 남자를 죽였다. 세번째 입양 희망자는 소영과 아이를 낳은 남자의 아내였다. 웃돈을 얹어줄테니 꼭 자신에게 아이를 달라는 여자. 여자는 깡패를 시켜 브로커들에게 아이를 받아오라고 한다. 우성이를 입양보내려 생각한 상현이었지만, 도무지 그 여자에겐 팔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기에. 그때, 동수가 나타나 몸싸움을 벌이고 기절시켜 따돌린다. 네번째 입양 희망자는 한 눈에도 서글서글하고 넉넉해보이는 집안의 부모였다. 아이를 안아보고 직접 젖을 주는 여자를 보며 자신의 무력함에 서글퍼지는 소영이다. 남자는 소영에게 아이를 친자식으로 키우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인 즉슨, 아이를 낳아준 소영과는 떼어놓고 싶다는 이야기다. 소영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상현과 동수는 어떻게 될까? 그들을 따라다니는 두 형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위에도 말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살짝 허전하다. 그게 연출에서 오는 것도 있고, 전하려는 마음에도 있는 듯하다. 이번 영화는 연출에서 있었다. 자세하게 쓸 수 없지만 엉성했다. 그게 불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꽉꽉 들어 차 있었다면 납득도 되고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눈물을 흘렸던 건 아이의 순수함 덕분이었다. 영화엔 우성이 말고도 아이가 하나 더 나오는데 그 아이가 소영에게 덤덤하게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아이가 그 말을 해줘서 더 위로가 되었다.

남배우들보다 여배우들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도 두 브로커가 아닌 미혼모인 소영이라는 느낌이 컸다. 연기도 잘하고, 배두나, 이주영, 이지은 셋의 앙상블도 뛰어났다.

이번에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 무거웠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이런 관계도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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