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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Feb 10. 2023

새 살 돋아버린지도 모르고,<애프터썬>

2023년 10번째 영화

제목: 애프터 썬(aftersun)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캘럼), 프랭키 코리오(소피)

줄거리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밤에 잠이 안 와 영화 탐색하다 갑자기 보고 싶어짐. 이 영화가 왜 훅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보길 참 잘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고 미묘한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

아빠 캘럼과 딸 소피가 튀르키예로 휴가를 떠난다. 특이점이 있다면 이혼한 아빠와 딸이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다는 것이다. 웃고 있지만 속내를 밝히지 못하는 둘. 소피는 아빠의 부러진 팔에 대해 묻지만 캘럼은 화장실에서 그 고통을 참고 있는 식이다. 소피는 노래를 좋아하고 캘럼은 춤을 좋아한다. 소피는 호텔에 더 있다 가면 안되냐고 묻지만 캘럼은 말끝을 흐린다. 어떤 것이든 말해도 된다는 아빠에게 딸은 무슨 얘길 할 수 있을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 가깝지만서도 그게 어느 정도까지만이라는 것을 극이 진행될수록 보인다. 그게 아빠와의 관계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다가갈수록 겉돌게 되는 소피를 안아주고 싶었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인데 품을 내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 

그렇다고 해서 캘럼을 탓하고 싶지 않다. 캘럼도 나름 노력했다. 소피 앞에서 아픔을 숨기고,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과 다른 따뜻한 말이 나오고...캘럼도 알았겠지. 나의 우울을 숨기는 것이 방법이 아닌 것을. 그런데 어쩌겠는가. 딸 앞에서 펑펑 울어버릴 수도 없고, 딸이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큰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소피는 알았겠지. 침대에 뻗은 아빠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알았겠지.

얼만큼인지는 몰라도 어떤지는 알았을 것이다.


딸과 아빠의 관계를 다룬 영화는 처음이라 낯설어보였는데 집에 오는 길에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는 것은 풀어졌다는 거겠지? 나도 아빠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빠도 나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지도 오래된 우리 부녀는 간극이 참 크다. 기억나지 않는다. 나랑 아빠가 즐겁게 속마음을 나누던 때가 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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