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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Feb 11. 2023

발버둥은 커녕 달리기도<릴리슈슈의 모든 것>

2023년 11번째 영화

제목: 릴리슈슈의 모든 것(all about lily chou chou)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이치하라 하야토(하스미 유이치), 오시나리 슈고(호시노 슈스케), 아오이 유우(츠다 쉬오리), 이토 아유미(쿠노 요코)

줄거리: '릴리 슈슈'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네 살 소년 유이치. 그러나 그의 일상은 힘들다. 둘도 없는 단짝 친구 호시노가 어느날 반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자신을 이지메 시키고 첫사랑 쿠노 역시 이지메를 당하지만 그녀를 도와주기에는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소년의 유일한 안식처는 오로지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릴리 슈슈’의 노래 뿐... 그러나 현실은 노래로 감출 만큼 만만하지 않다...


오래 전부터 보고싶던 영화인데 신촌 메박에서 기획전을 한다길래 보고 왔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 든 궁금증. 이게 왜 <감성 로맨스>지? 스릴러 아닌가?

유이치는 학교폭력을 당한다. 밤마다 불량 청소년들에 불려가 폭행을 당하고 몹쓸 짓을 당하는 날도 있다. 친구들과 잘 지내던 유이치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호시노라는 아이가 학교 대표로 선서를 한다. 학생들은 그 아이를 떨떠름하게 생각하지만, 나름 잘 지내려 노력한다. 검도부도 들고, 친구들도 집에 초대하고. 수를 다 써보았지만 일은 터진다. 기차역에서 다른 학교 아이가 호시노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왕따 당하던 새끼인데? 잘 지내냐!" 하고. 호시노에게는 죽을만큼 지키고 싶었던 비밀. 보다못한 호시노의 친구가 다른 학교 아이에게 따지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호시노의 과거는 퍼졌다. 그러나 친구들은 과거에 신경쓰지 않고 함께 놀고 함께 다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 호시노 무리에게는 소원이 생겼다. 바로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는 것. 그렇지만 학생인 그들에게 돈이 있을 리 없다.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더 쉬운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망을 보며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호시노 무리. 타겟을 설정하고 어떻게 돈을 뜯을까 궁리하다 선수를 뺏겨버리고 만다. 허나 여기서 포기할 그들이 아니지~호시노는 튀어나가 쏜살같이 돈다발을 훔친다. 여행자금을 마련한 아이들은 정말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서 숲 체험도 하고 바닷가에서 불꽃놀이도 하고 재밌는 일상을 보낸다. 하루는 호시노가 수영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후, 호시노는 모든 게 무상하다고 느꼈는지 남은 돈다발을 바다에 뿌린다.

개학 날, 호시노는 한 아이와 싸움이 붙는다. 이미 염색을 한 아이가 새로 염색하고 온 아이를 뭐라 하는 게 고까웠는지 호시노가 시비를 턴 것이다. 염색 한 아이를 밀어버리고 의자를 던지고 커터칼까지 가져와 아이의 머리를 한 도막 자른다. 호시노는 그 아이를 왕따 타겟으로 잡고 일진 아이들과 함께 왕따 시킨다. 호시노는 이제 전에 지내던 친구들과 지내지 않는다. 유이치도 꼬봉에 불과하다. 지친 현실에 유이치의 숨통이 트이는 곳은 단 한 가지, 자신이 운영하는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홈페이지 뿐이다.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릴리슈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어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간쓰레기가 된 호시노는 쿠노를 성폭행하고, 츠다의 벗은 몸을 찍어 그것을 약점으로 잡고 원조교제를 시킨다. (와우 시ㅂ..) 유이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쿠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호시노가 하라는대로 창고에 유인했기 때문이다. 츠다는 딱히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지켜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이 싫었던 츠다는 자살한다. 쿠노는 성폭행을 당하고 며칠 후, 삭발을 하고 학교에 나타난다.


유이치가 기다리던 릴리슈슈의 공연 날! 전날, 친한 카페 회원과 만나기로 약속까지 하였다. 오우, 근데 호시노를 만난 것이다. 자신의 눈을 피하는 유이치에게 다가가 친한 척을 하는 호시노. 여느 때와 같이 호시노는 유이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티켓을 보더니 자리를 바꿔달라는 둥 자기 마음대로 대한다. 아, 초록 사과도 전해준다.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 전해달라고. 호시노가 표를 버리는 바람에 유이치는 콘서트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미련이 남은 유이치는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콘서트장 앞에서 기다린다. 콘서트가 끝나고 사람이 몰려나오고 그 사이에 호시노도 보이자 유이치는 큰 소리로 "저기, 릴리슈슈다!"라고 소리친다. 릴리슈슈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점점 앞으로 이동하고 유이치는 그 틈을 타 호시노의 뒤로 붙는다. 유이치의 칼을 맞은 호시노는 쓰러진다. 알고보니, 유이치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호시노였던 것이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표식이 푸른(초록)사과였고. 줄줄이 이어지던 악행은 또 다른 악으로 막을 내린다.


리뷰를 쓰다보니 또 다시 드는 궁금증..신촌 메박은 왜 <감성 로맨스>로 홍보를 한 건가요? 어느 부분이 로맨스인지는 알겠으나 로맨스가 중심은 아닌데...뭐 아무튼 그 시절 감성에 날 것의 불행을 쏟아부어 안타까움 대잔치였다. 호시노는 갈수록 쓰레기가 되었지만, 그가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안타까웠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더, 그의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릴리슈슈의 음악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야말로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괴로운 것이 아닐까. 쿠노는 심지어 들판 장면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고통을 승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발버둥조차 통하지 않는 현실이니까.

+) 아 맞다! 영화 오스트가 영화와 조화로웠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플리가 나오니 다들 들어보셨음 좋겠다!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밴드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께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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