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2번째 영화
감독: 카네스 로너건, 출연: 케이시 에플렉(리), 미셸 윌리엄스(랜디), 카일 챈들러(조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패트릭)
줄거리: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케이시 애플렉)는 어느 날 형 '조'(카일 챈들러)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이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리'는 조카와 함께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패트릭'은 떠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한편 전 부인 '랜디'(미셸 윌리엄스)에게서 연락이 오고, 잊었던 과거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게 되는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전에 <매기스 플랜>이랑 헷갈렸었다. (포스터 때문이었나) 시간이 흐른 뒤에 확인해보니 둘은 다른 영화였다는 것을..ㅎ이것도 여름이의 추천이 있었고, 언제 한 번 봐야지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보게 되었다. 그나저나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 보면서 이무생씨가 너무 생각났다. 케이시 에플렉이 살집있는 이무생씨 같달까 한국판으로 만들면 그 분이 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 일을 하는 리. 리의 가장 큰 단점은 '고약한 성질'이다. 상대가 불통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넘어갈 수도 있었던 걸 걸고 넘어지는 리의 탓이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받은 전화 한 통. 형이 곧 죽을 것이란다. 한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형은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속으로 채 넘어가기도 전에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자신이 지목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패트릭이 있는 하키장으로 향하는 리. 패트릭도 리만큼 한 성깔한다. 그곳에서 조카에게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자신이 후견인이 되었음을 알린다.
리가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리 부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세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리가 가게에 다녀오는 사이 집에 불이 나 모조리 잃었다. 불길이 커 울부짖기만 하는 아내 랜디의 모습이 생생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리는 이 날 이후, '막힌' 사람이 된다. 아내와도 갈라선 곳에 더는 있을 수 없던 리는 맨체스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무뚝뚝한 삼촌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친절하게 얘기도 해보고, 여자친구와 잘(?)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하는 싹싹한 조카 패트릭. 장례식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를 뒤지다 눈물을 터뜨린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패트릭은 문을 닫고 들어가지만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까 걱정하던 리는 방문을 벌컥 열어버린다. 그때부터 패트릭은 달라진다. 리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쌀쌀맞게 대하고 이쁘게 하던 말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상하게 예전의 패트릭이 사라지고 난 뒤, 리는 패트릭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내 생각에, 리가 패트릭과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었으니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았을 것이다. )리는 패트릭에게 전보다 친절히 대한다. 패트릭이 삼촌 어쩌구 저쩌구 거지같이 말해도 친절하게 대해주려 노력한다. 학교에도 데려다주고 말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리를 무너뜨린 것이 있었다. 바로 우연히 만난 랜디이다. 아내는 새 남편 사이에서 난 아이를 보여주며 잠시 걷자고 한다. 흐흑..랜디는 자신이 못되게 군 것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리는 괜찮다고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아내를 만나고 술집에 간 리는 손님과 싸움이 붙고 친구인 조지의 집에 와 상처 치료를 받으며 눈물을 터뜨린다. 다친 얼굴로 집에 온 리를 유심히 보는 패트릭. 신경 안 쓰는 것 같아 보이더니 뭐 좀 갖다줄까 하고 묻는다.
리도 갈 길을 가야 하고 자라나는 패트릭도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리는 보스턴에 일자리를 구하고, 조지를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지명한다. 둘은 떨어지지만 헤어지지 않는다.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낚시를 함께 한다.
리의 상처를 알기 전까지 패트릭은 리와 결이 다른 사람이겠구나, 맞지 않기 때문에 싸우겠구나 싶었는데 맞으니까 틱틱댔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은 같은 상처에 한없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 아닐까. 완전히는 어렵더라도 한 겹 두 겹 내려놓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상처입은 사람은 상처입은 다른 이를 보듬을 줄 안다. 비슷한 결의 상처일수록 말이다. 툭하면 쏟아져 버릴 것 같았던 그들은 단단해져 있었다. 엔딩씬을 보니 마음이 놓이고~일어날 준비가 된 것을 보니 괜히 눈물나고~이제 행복하자. 평생 나를 괴롭게 할 것이라면 가끔은 멀리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