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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11. 2023

당신처럼 아가미로 말할래요,<셰이프 오브 워터>

2023년 4번째 재관람

제목: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엘라이자 에스포지토), 마이클 섀넌(리처드 스트릭랜드), 리처드 젠킨(자일스 건더슨), 옥타비아 스펜서(젤다 풀러), 더그 존스(브랑퀴아), 마이클 스툴바그(로버트 드미트리 호프스테틀러 박사)

줄거리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곁에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를 해부하여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에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친구에게 좋아하는 영화를 물었을 적, 답변으로 내놓은 영화이다. 비오는 날과 딱이라는 말을 듣고 비오는 날에 한 번 보았는데, 이후 거짓말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봐야하는 날이다 싶었고 미루기 전에 노트북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다시 봐도 묘하다. 아무 것도 묻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보는 사랑이라니. 우리의 바다에 빠져 당신처럼 아가미로 숨쉬는 사랑이라니. 물에도 사랑에도 그렇다 할 모양은 없지만, 단지 우리가 물과 사랑 그 자체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친구는 약자들이 무너지지 않아 좋다고 했다. 강자가 역경을 몰고 온대도 굴하지 않고 덤벼든다. 울지 않는다. 그럴 바에 나만의 방식으로 욕을 하며 하역장의 카메라를 돌리고 사랑하는 존재와 영원히 입맞춤한다. 비슷한 결로 일라이자의 자위 장면이 마음에 든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프레임은 결국 내가 만든 것이지.


영화엔 여러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약자 간의 연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간의 연대, 우정, 동성애, 나와 닮은 존재와의 사랑...그 어떤 것도 사랑이 아닌 지점이 없었기에 내 가진 마음들은 아찔해졌다. 진정한 사랑을 했던가, 무언가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 그 이전에 나는 무언가를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와 같은 의문을 던졌다. 어떤 것에도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이내 생각해보면 나는 무언가를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지내왔다. 피곤하기만 한 등교길이 환해보이던 때가 있었던 게 생각나는 걸 보면 말이다. 결론은 사랑하자! 사랑이 모든 걸 구해! 사랑을 하는 것들은 모두 강해! 그러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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