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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29. 2024

<빵야>

2024년 6번째 연극

드디어 보는 구나. 친구의 (랜선) 남편 분이 나오는 극이라 한 달 전부터 표 잡고 기다렸다.  스콜 걸려서 친구랑 ㄱㅇㄷ ㄱㅇㄷ 하면서 보러 갔다. 자리 앉았는데 '목을 포기하고 시야를 확보했습니다' 상태 됨. (positive) a열....이렇게나 좋구나...배우들을 코 앞에서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머엉) 오늘의 캐스트는 전성우(빵야), 전성민(나나), 오대석(기무라 외), 송상훈(동식 외), 허영손(원교 외), 금보미(아미 외), 이서현(선녀 외), 박수야(설화 외), 최정우(길남 외) 였다. 대석 배우, 서현 배우, 정우 배우는 두 달 전에 봐서 반가웠네(엠나비 페어♡)


빵야는 이번이 재연이라 줄거리를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장총, '빵야'가 곳곳을 옮겨다니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옮겨다녔다는 것은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고, 그때의 주인은 우리나라 사람일 수도, 친일파일 수도, 영화 소품 창고의 주인일 수도 있다. 여정...이라고 하기에 빵야에게 정말 가혹하고. 근현대사를 좋아하는 나라 이번 극,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이 시작하고 놀란 것은 배우들이 눈앞에서 움직인다는 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었다.(배우님들얼굴너무가까이있는거아니에요) 걸음소리 착착 생생하네. 빵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빵야는 액자식 구성이다. 겉에 '나나'가 '빵야'로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이야기가 있고, 안에는 '빵야'의 그을린 이야기가 있다. 먼저, 첫번째 주인은 친일파 기무라. 기무라는 악질이었다. 유독 싫어하던 길남이에게 사격을 시키는데, 표적은 길남을 도와준 이웃들이다. 손을 벌벌 뻘던 길남은 결국 그들을 쏘지 못하고, 총부리는 기무라를 향한다. 총은 기무라, 길남이를 거쳐 팔로군(중국 공산당 휘하 독립적 성격을 가진 부대) 선녀, 학도병 원교, 마지막으로, 영화 소품 창고까지 오게 된다. 이제야 조금 편해진 빵야를 나나가 깨웠다. "너 나 알아?"에서 "나 말 많지?"로 오기까지 빵야는 얼마나 많은 피를 토해내며 켁켁거렸을까.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나가 쓴 드라마의 결말이 아른거린다. 악기가 되고 싶었던 빵야가 가운데에 서고 빵야의 이야기 속 인물들이 악기를 한 가지씩 연주하며 둘러싼다. 하늘을 향해 남은 한 발을 쏜 빵야는 쓰러진다. 흥겨운 연주는 계속된다. 영원히 계속된다. 그놈의 스타캐스팅 땜시 편성은 불발되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이야. 장총 한 자루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만이 쓸 수 있다. 나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나저나 성우씨 쓰러질 때 몸 겁나 잘 쓰시던디요.....역시 제 친구 남편 분 다우시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우씨 몸 잘 썼던 부분 일일이 다 말하기에 입 아프다. 특히 총 쏠 때가 레전드...(그래, 그는 장총이잖아요)


배우들 이야기를 더 하자면 멀티캐 와....중간 중간 박수 보내고 싶었을 때가 한 둘이 아니었다. 상훈씨 첫 등장부터 대박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모든 연기가 대박이었음. 하다 못해 강아지 연기마저 잘하심. 얼굴이 강아지라 그냥 강아지로 보였는데....살구야 이런 샹 일본 개놈....영손 배우 요번에 처음 알고 처음 본 배우인데 매력이 매력이~개그캐랑 사연캐를 동시에 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만�서현 배우 여자르네 할 때도 휘어잡는 배우라고 싶었는데 거기서 더 잘하시면 어떡해요?! 편지에 1인극 잘하실 것 같다고 썼는데 빵야를 보며 확신했다. 정말 잘할 것이라고. 서현 배우님이 더 더 돋보이는 극으로 만날 수 있음 좋겠다. 수야 배우 뻔뻔하게 연기 잘하시고, 보미 배우 앞에서 맑은 목소리로 열심히 노래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정우 배우 연기차력쇼 제 2탄......(1탄은 엠나비) 대석 배우님 기무라랑 무근이를 어떻게 같이 해요? 얼굴 갈아끼우시는 거 미쳤다. 마지막으로 성민 배우. 대사량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맑은 목소리로 끝까지 연기해주셨다. 빵야를 바라볼 때, 그 눈빛이 진심이어서. 울망울망 눈망울이 모든 걸 말해주어서.

나는 이상한 데서 울음이 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극 진행 중에 울음 포인트가 많았는데.....나는 울어! 울어! 하면 우는 앤데 거기선 안 울었다. 의외로 나의 눈물 포인트는 엔딩에 있는, 빵야와 나나의 대화 장면이다. 작가가 왜 되고 싶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심이 담긴 너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야 이러는데 네네......(뿌엥) 이 상태 됨.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아버렸네. 이로서 저는 이 극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이 대사를 계속 생각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왜 작가가 되고 싶어할까? 받은 위로를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작가의 꿈을 꾸는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내게 없다.


<에밀>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가르쳐주었다면, <빵야>는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가르쳐준다. 서로 다르면서 같은 이 두 극이 나는 좋다. 나를 나로 살게 하고,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이 두 극이 마음에 든다. 같은 캐스트로 한 번 더 보고 전캐 찍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리뷰를 마친다.

+)진지한 고민: 빵야 리커버 대본집이 나왔는데 살까...원래 살 생각 없었는데 위로 받은 대사 두 눈으로 보면서 읽고 싶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것들은 빠르게 날아간다. 그래서 대본집 사려는 거고.....잊어버리기 전에 리뷰도 쓰는 거고.....

+) 저번 주 레전공만 찍어서 도파민 맥스!!!! 더이상휘발되지마제발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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