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2024년 8번째 뮤지컬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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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내가 중계를 보다니! 뮤지컬은 중계를 잘 해주지 않을 뿐더러 해준대도 챙겨보지 않는데 이건...이건...봐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느낀다. 왜냐하면 표가 있다가 없어졌거든.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만 보면 되서 9시 반 쯤 재생!


전에 <긴긴밤>을 읽었다는(원작이 책이에요!) 동생이 극찬한 이유가 이거구나 싶었다. 동물 이야기의 탈을 쓴 인간 이야기구나. 아마, 동물 이야기에 잘 공감되지 않는다 했던 동생이 <긴긴밤>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것이 아닐까.

"노든, 아프리카 동물원을 빠져나온 걸 후회하지 않아요?"

"응, 당연하지. 그럼에도 나는 같은 상황이 온다면..긴긴밤으로 걸어들어갈 거야..."

나는 나를 살게 하는 극을 좋아하는데 <긴긴밤>이 그러하다. '삶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살아.' 같은 말이라도 윽박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요란한 윽박 대신 등을 도닥이는 소리가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긴긴밤>은 그에 더해 '괜찮아.'라는 말을 덧붙인다. 예예. 그럼 살아야죠. 생이 이런 걸 어떡해요.

노든은 펭귄을 바다로 보내고 보호소로 들어간다.(맨 처음에 노든이 먹고 자고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했나+노든은 이제 세상에 단 한 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니.) 펭귄은 걸어 걸어 그토록 닿고 싶었던 바다에 닿는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극이 다 있을까.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생이 사랑스러운 거 맞잖아요.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앙가부. 동물원에 잡혀온 노든을 반겨주는 붙임성 좋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이 악몽을 꾸지 않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따뜻한 친구. 누군가 묻는다. 어, 그럼 노든이랑 앙가부 두 마리 남은 거 아니에요? 앙가부는 중간에 사망엔딩을...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바람보다 빠르게 달렸다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은 앙가부는 우리를 탈출하고 싶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 딱 한 번만 더 치면 될 것 같았는데...사육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한다. 여기서 인사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노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앙가부는 뿔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일련의 일들로 인간에게 적대심이 쌓인 노든은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복수를 하겠다는 결심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에게 다가온 '한 사람' 덕분에. 풀을 건네준 그 '한 사람' 덕분에.


복기할수록 눈물나서 안되겠다. 배우들 이야기 해야지~

형훈노든...당신 얼굴에 난 눈물길을 보고 몇 번이고 울컥했다. 나이대에 따라 목소리 갈아끼우는 거 뭔데. 펭귄이 잘 돌봐주는 코뿔소 뭔데. 긴긴밤으로 걸어들어가겠다는 거 뭔데. 다음에는 중계 말고 실관극에서 봅시다, 형훈씨!

가은펭귄....으갸갸갸갸ㅑ갸갹 귀여운 존재 보면 못 참는 사람이 날뛰고 있습니다. 애기가 왜 이리 맑고 명랑하게 잘해요....ㅠㅠㅠㅠㅠㅠㅠ첫 등장때부터 아 펭귄이구나! 싶었어. 정말 정말 귀여워 잘해....♥펭귄이 울면 나도 덩달아 울고 싶어졌다. 그만큼 당신의 눈물에 힘이 있어요. 다른 누군가를 울망울망하게 하는 힘. 가은 배우, 계속 계속 무대해주세요 이 이모(?)가 극장으로 달려갈게요(후닥닥)

선영앙가부/윔보....내 눈물의 8할은 당신 덕이었어 갑자기 죽는 게 어딨어 정말 앙가부윔보 다 너무 너무 소중하다♡ 노든 앞에 나타난 앙가부는 정말 천사였어 잘 지내지? 윔보야 폭탄 없는 세상은 괜찮지? 그곳은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일 거야.

규학치쿠 선영앙가부/윔보 지분 정도로 눈물을 담당했습죠....너도 같이 바다에 갔더라면 좋았을텐데. 더이상 갈 수 없어 노든에게 알을 건넬 때 나 정말 슬펐다. 처음에 펭귄이 귀찮다던 애가 알을 품고, 마지막에 건네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윔보랑 만났지? 둘이 손잡고 놀고 있어라~


중계 보고 실관극하고 싶어져서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바쁜 거 끝나면 후딱 원작부터 읽어야지

긴긴밤으로 걸어들어간다는 노든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 나라면, 겪어온 시련을 다 가지고도 이 삶을 택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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