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번째 여름>

2025년 2번째 책

by 종종

[해당 도서는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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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은 살고 싶지 않다'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살고 싶지도 않거니와 살 수도 없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꽃들과 나비 사이로 걸어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이들이 사는 곳이 궁금해 책장을 넘겼다.


1부, 빛이 있으라 : 미미족인 이록과 주홍은 오늘도 콜로나 시찰을 나간다. '궁극의 원천'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 약한 이록의 다리 탓에 주홍은 오늘도 꽤나 고생을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주홍은 종말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이 아이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정말 그러라는 건 아니었는데...여느 때와 같이 콜로나를 시찰하던 중, 멸망의 상징인 '어둠꽃'을 발견하게 된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억 번째 여름'에 다다른 것이다. 둘은 예언을 떠올렸다. '어둠꽃이 피면 일억 번째 여름이 오고 한 종족은 반드시 멸망한다.'


2부, 주홍의 여름 : 어둠꽃을 마구 짓밟아버리지만 소용없다. 이미 일억 번째 여름은 와버린 것. 그것을 이록의 이복형제인 '일록'이 눈치챈다. 일록은 이록과 함께 미미족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두두족 편에 선 인물이다. (미미족+두두족=네오인, 네오인은 극소수만이 언어를 읽고 쓸 줄 알며 고대어 해독까지 가능한 사람은 현재로서 이록이 유일하다. 일록은 그로 인해 열등감을 가진 인물이고, 두두족의 왕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두두족 편에 서게 된 것이다.) 그 말인 즉슨, 일록은 현재 두두족이라는 이야기다. 예언때문에 들켜선 안됐는데...일록은 그 길로 미미족을 파멸시킬 지진을 일으킨다. (2부에서 두두족과 미미족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두두족이 미미족에 비해 우월한 민족이다.' 자연을 조종해 재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일록이 일으킨 지진으로 인해 이록은 엄마를 잃는다.


3부, 이록의 여름 : 엄마의 죽음을 겪은 이록은 180도 달라진다. 자신을 업고 다니던 주홍, 그리고 주홍의 친구들인 백금과 연두에게마저 매몰차게 군다. 고대어를 해독할 수 있는 이록은 그동안 모은 증거들로 '궁극의 원천'의 위치를 파악해 두두족의 마을로 돌아간다. 그의 선택을 반기는 것은 그의 아버지 뿐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두두족은 궁극의 원천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전에, 이록을 이번을 끝으로 미미족에 대한 식량 지원을 끊자고 제안한다. 마지막 식량 지원을 나간 이록은 백금을 따로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주홍 누나와 함께 도망쳐. '벙커'든, 어디든. 이 마을을 떠나." 식량 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이록은 일록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네 어머니 살아 있어."


4부, 일록의 여름 : 냉혈한 같은 일록에게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세상 어느 여름보다 산뜻한 머리칼을 가진, 환한 미소로 내게 다가와준, 연두. 채집자가 되기에 애매해보였던 그 아이에게서 일록은 자신을 보았다. 일록은 연두를 지키기 위해 두두족의 편에 섰다. 강자는 살아남으니까. 살아남아야 지키고 싶은 존재를 지킬 수 있으니까. 미미족의 동태를 살피고 오겠다는 명목으로 미미족의 마을에 도착한 일록. 일록은 약속의 절벽에서 만난 연두에게 두두족의 마을로 함께 가자고 한다. 여기서, 일록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통신 장치가 부착된 글러브. 여기 오기 전 일록은 분명히 통신 장치를 끊어놨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아버지가 손목을 꺾었을 때..!) 연두에게 전한 말은 실시간으로 두두족의 족장, 즉, 일록의 아버지에게 전달되었고, 배신을 용납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일록에게 즉시 번개를 내리친다.


5부, 그러자 빛이 생기니(다시 주홍의 여름) : 미미족을 이끌고 '벙커'로 향하는 주홍. '벙커'는 아주 오래 전, 선조들이 마련해놓은 일종의 피난처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고 미리 마련해놓은 걸까. 그 순간, 화산이 폭발했다. 그 뒤로 메탈 백마를 탄 두두족도 몰려온다. 헝겊을 뒤집어쓴 두두족 족장의 얼굴을 살피니 어딘가 미심쩍다. 뒤로 보이는 이록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주홍은 연두에게 이록을 구하고 갈테니 미미족과 함 먼저 떠나라 한다. 이록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려는 주홍의 발바닥이 마구 간지럽기 시작한다. 곧이어 크나큰 지진이 일어났고, 가까스로 이록을 구해 벙커에 도착한다. (이 과정에서, 백금은 희생된다.) 이록은 자신이 발견한 '궁극의 원천'이 실은 '방사능'이었고, 후손들의 욕심때문에 (궁극의 원천을 찾지 못하도록) 수많은 콜로나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큰 재앙이 올 것을 대비해 벙커 또한 만들어 둔 것이라고, 그동안의 해독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이록 또한 구해야 할 사람이 있었기에, 희생을 선택했다.


소올찍히 초중반까지는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일록의 여름부터 눈물이 주르륵.....�그래 내 보기에 일록이 마냥 나쁜 애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었고 다 이유가 있었던 거고 흑막이 아니라는 것이 이 독자 하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러나 ㅠㅠㅠㅠㅠ 아 이래서 내가 서브 남주를...작가님 왜 데려가셨어요...

그리고 작가의 말에 나온 '백금의 여름' 그거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어요 백금이 나올 때마다 얘 서사 궁금하다 심지어 연두 서사도 나왔는데 얘 건 왜 없냐 아니 왜 왜 ~~ !! 주홍이랑 붙을 때마다 나오는 묘한 분위기가 얘 분명 주홍이 좋아하는 건데 아무것도 안 풀려서 서운했어요 작가님 나중에라도 꼭 풀어주세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희생하는 것 또한 사랑일까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를 내어주면서, 나의 시간을 내어주면서 누군가를 생각하고 나아가 지켜주는 건 웬만한 마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니까. 특히나 이런 디스토피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어떤 것도 사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방식이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사랑하고 있다.


수많은 영화와 책,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사랑'에 대한 정의를 자꾸만 다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행복하길 바라는 것도, 누군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은 것도 사랑이라면 <일억 번째 여름>에선 지키고픈 존재를 지키는 것이 '사랑'이다. 그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종말 따위 아무 것도 아니니까. 그 사람을 지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나만큼 일 수도 있겠다) 당신을 더 생각하는, 결국 나에게로 이어질 마음이 필요하다. 랑데부보다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지구라는 행성엔 사랑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억 번째 여름>은 지구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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