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비트>

2025년 6번째 연극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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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연극~연극도 뮤지컬만큼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 그래도 될 때마다 봐야지 싶다. 이번 극은 놓치면 후회할 거 같아서+친한 언니의 삐삐+최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삼박자가 적절히 맞아 떨어져 막공 전 주에 무사 관극! 댕로에서 조금 떨어진 극장이지만 어딘지 익숙해~


몸 비트를 치며 등장하는 우리의 소년 아드리앙.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드리앙은 다른 사람들은 지나칠 소리도 모두 모아 그 속에서 '비트'를 발견해낸다. 아이가 농구하는 소리,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를 합치기도 하고, 자신의 뺨에 닿았다 떨어지는 찰싹!마저 음악으로 받아들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밤, 베르나르 아저씨는 유산이 든 상자 두 개를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상자를 여는 순간, 여느 때보다 활짝 웃고 있던 베르나르 아저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딴 게 유산이라고 남긴 거야!!!!" 아드리앙의 엄마는 운다. 유산이 든 상자는 문 밖에 버려진다. 유산의 정체가 궁금했던 아드리앙은 등굣길에 상자를 슬쩍 연다. 오와와와와! 그곳엔 아드리앙이 좋아하는 '음악'(엘피판, 축음기)이 가득했다. 청소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상자를 집안으로 다시 들인 아드리앙은 노래를 들으며 왈츠를 춘다.

행복한 아드리앙이었지만 아직 드럼을 가지지 못했고, 되는 대로 빈 빨래통을 두드린다. 학교에 다녀오고 난 뒤의 모든 시간을 말이다! 자신의 세계에 푹 빠져 사는 게 어떻다고 남들은 아드리앙을 얕보고 무시한다. 교장 선생님과 부모님이 면담을 해야할 만큼 큰 사건이 있은 후, 아드리앙은 진짜로 드럼(이 친구의 이름은 티키툼!)을 가지게 된다. 첫사랑, 입맞춤, 밴드, 마약...드럼. 이번엔 아드리앙의 드럼이 문제가 됐다. 드럼 소리가 너무 커서 이웃에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밴드 멤버 하나가 악기점에 좋은 물건(앰프 연결해서 쓰는 거라 소리 조절이 되고 헤드셋으로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있대!)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 길로 아드리앙은 악기점에 가 당장 그 물건을 본다. 'dtx 900' 헤드셋을 끼고 드럼을 치는 아드리앙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인다. 그러나 이번엔 돈이 문제다. 드럼을 사기 위해선 지금 가진 돈의 10배 쯤 되는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골똘히 생각하던 아드리앙은 우리 라인 맨 끝에 사는 산토스씨가 우리집에 키를 맡긴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 키를 이용해 차를 훔쳐 전자드럼과 맞바꾸리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키를 훔쳐야 했기에 평소보다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가 책가방을 놓는다. 이상하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동생은 "이제 시끄럽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베르나르 아저씨는 드럼으로 인해 동네 사람에게 모욕을 받았다는 이유로 드럼을 불에 태우고 있었다. 자신의 소리를 지운 베르나르 아저씨 앞에서 이성을 잃은 아드리앙은 .. 정신을 차려보니 아저씨의 머리를 삽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사실 베르나르 아저씨는 아드리앙의 친부. 아드리앙에게 하도 못되게 구는 베르나르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간 주변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찰테니.)

다시 몸 비트를 치며 등장하는 우리의 소년 아드리앙.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어요? "곧, 금방."

"상관 없어요.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굿나잇."


기둥씨 뭐예요.....당신 미쳤지....아 내가 왜 이렇게 삐삐를 늦게 받았을까......둥드리앙 잘한다! 매체로 자주 봐서 연기 잘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머리를 팍 치게 된다......무대를 휘어잡는 게 수준급이시다(1인극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연기도 드럼도 딕션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좋았던 게 너무너무 많은데 언제 다 쓰고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 일단 드럼 치는 장면들 나올 때마다 둥드리앙 얼굴을 살폈는데 이 사람이 진심으로 드럼을 대하는 게 느껴져서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연기가 아니라 강기둥 본체가 드럼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눈을 감고 드럼을 느끼며 치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나는 무언갈 이토록 좋아해본 적 있었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좋았던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극이라 더 마음에 들었는데 1. 아드리앙의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2. 세상 곳곳에 있는 '아드리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데 1번은 전에 친구들이랑 같은 주제로 얘기 나눈 게 있어서..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폭력을 견디던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였다. 이 경우,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런 거로 기억하는데 나랑 친구 하나는 응 될 수 있다 또다른 친구 하나가 어찌 됐던 살인은 나쁜 거라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드리앙을 온전히 지지할 수 없다. 슬프다. 2번은 이 극을 보고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사람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머리는 그래 받아들일 수 있지 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거랑 실제로 마주하는 거랑은 다르다. 아직 자신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한다.


오늘 커튼콜 기립 안 할 수가 없었고요 오글 들고 있는 바람에 되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해서 죄송할 따름;; 흐르는 노래랑 온몸으로 노래를 느끼는 아드리앙 여기까지도 좋았는데 손으로 비트를 다같이 치는 게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커튼콜에서 울컥한 건 또 오랜만이네.....춤추는 둥드리앙 너 정말 멋지다....

+) 예? 뭐라구요? 박자 맞춰 손뼉치게 하는 거 둥드리앙 디테일이라고요? 미치겠네 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사람 어떻게 이런 디테일을 가져온 거야.......느낌표 백만개 가져가세요 덕분에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 둥드리앙 세실이랑 키스했을 때였나 그때도 관객석 누비는데 관객 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납뜩이처럼 손 비비는 모션 해주셔서 ㅋㅋㅋㅋㅋㅋㅋ 둥드리앙 "그런 거 몰라요~"


좋았던 장면 세 가지 1. 오버 더 레인보우 2. 세실이랑 입맞춤 3. 베르나르 아저씨 죽이는 장면 1번은 둥드리앙이 객석을 누비는 장면! 둥드리앙이 누비는 곳 좀 뒤가 좌석이었어서 기둥씨 표정이 잘 보였는데 아니...음악을 누비는 아드리앙의 눈에 사랑이 가득하잖아 아드리앙이 웃고 있잖아 !!!!! 그리고 얼마 전에 이 버전의 오버 더 레인보우를 라디오에서 들은 덕에 반가웠다 이제 영원히 반갑겠지 2번은 대사랑 분위기랑 노래가 모두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라 베스트 히히 3번은 나는 이런 걸 참 좋아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가 다 느껴지니까. (사실 가늠할 수 없다 엉엉 나는 아드리앙이 아니잖아)

+) 조명이랑 음악 잘 씁니다. 이런 극 안 사랑하는 법 있나요....조명, 음악은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게 너무 많아....조명은 합주 때 파란 조명 들어오는 게 시작할 때 눈감고 파란색 드럼 상상하라는 거랑 겹쳐져서 좋았어요


드럼 나온다길래 경쾌하고 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제멋대로 생각한 제 잘못이죠 나 진짜 딱 한 장면만 다시 볼 수 있다면 커튼콜 한 번만 다시 보고 싶다 아드리앙을 온전히 응원할 수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드리앙이 비상하는 새 한 마리가 되길 바랐거든. 너무너무 좋았다. 행복했다. 좋은 극을 보면 잠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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