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번째 연극
기둥씨 보러 새로운 극장! 같이 간 동생이 여기 전엔 공사장 같았다고 그랬는데 오옹 그렇구나 내부가 약간 새 건물 느낌이 나 공사장 느낌이란 것도 뭔지 알겠어 암튼 시간 남아서 우란 1경에서 전시 보고 화장실 갔다 2경에서 관극함 희희
자첫 전에 우려했던 게 있었다면 공통적인 평이 '지루하다'인 것. 불행서사란 서사는 다 모은데다 늘어지긴 또 엄청 늘어진다는 거였다. 공연은 씨왓이고 설령 늘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한 선택이니까 후회는 없겠지요.
<썬더>에 등장하는 존재는 둘, 작가와 드러머다. 작가는 자신의 머리 속을 뒤흔드는 '드러머'를 찾기 위해 뇌 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그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번 했었던 작가이다. 그 전시에 얼마나 들떴던지 손수 쓴 손편지를 나눠주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 중 한 관람객에게 답장을 받았고, 거기엔 '혼자 쓰고, 혼자 보세요.'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작가는 생각했다. 이야기가 잘 팔리려면, 남들의 마음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지금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정신병원 옥상에 있다. 하루 7번, 한 번에 20분을 보낼 수 있는 옥상에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 '형'과 함께 있다. (나이는 모른다. 작가인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 형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형의 이야기는 손녀의 좋은 할아버지가 되어주고 싶다로 시작해 얼른 뒈져야지로 마무리짓는다.
작가의 엄마는 식당일을 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둘째 아들(=작가)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한다. 아들이 있는 병실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가 생각한 그날엔, 둘째 아들에게 밀린 핸드폰 요금을 달라는 부탁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이틀은 행복하다는 아들을 보고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집으로 간다. 덜컹. 누군가 자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잠금장치를 잠궜다. 엄마는 '누군가'를 안다. 모든 것이 복잡하다. 죽을까..?
작가의 아빠 역시 아내를 도와 식당일을 한다. 어젯밤, 잠금장치를 걸어두었다. 식당에 오니, 양치질하는 아내가 보인다. 마음이 놓인다. 그는 가족들에게 못마땅한 것이 많다. 가족들은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는다. 아내는 매일 밤 퇴근을 하고 둘째 아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한다. 둘째 아들은 첫째 아들과 달리 기대가 컸다. 가족들이 자신을 괴롭힐 때마다 잠금장치를 걸어잠근다. 허나, 지금은 걸어잠글 잠금장치가 없다. 아내와 떨어져 단칸방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모든 것이 복잡하다.
작가의 형은 배달 일을 한다. 입을 열어도 앞니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사고로 잃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런 형의 앞니를 고쳐주기 위해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지만. 형은 배달 일을 가다 잠시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들른다. 정확히는, 그의 엄마처럼 동생이 있는 병실 창문을 바라본다. 그는 먼저 온 엄마를 보지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잠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이 얼마나 나오지?' 갚아야 할 빚은 지칠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모든 것이 복잡하다.
예에전에 비슷한 현대소설을 읽었었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것도 가족소설이었고, 각자의 불행이 있었음. 아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마지막에 물 마시러 나왔나 그런 거로 기억함) 엄마는 그런 아들을 위해 교회에 미친 사람이었고 아버지랑 누나였나....이들도 각자의 불행이 있었음 그리고 <레퀴엠>이라고 인물들이 뭐에 중독되서 자기 생을 스스로 망치는 영화도 있다. 소설, <레퀴엠>과 <썬더>의 차이가 있다면 <썬더>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나는 최종 결말이 나오기 전까지도 우울하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형이랑 엄마를 보는 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썬더' 연주해달라는 거 보고 '아, 이 사람은 살겠구나.' 싶었다. 보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바라봤단 뜻이니까. 이때, 전쟁터의 여인, 헤파이스토스가 앞에서와는 다른 느낌으로 변모하는 거 보고 안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먼저, 동훈 드러머님 이야기부터 하자면 뒤에서 연주만 하시다 대사를 던졌을 때 신선함이란! 극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실 줄 몰랐네 허허 대사가 연기톤이 아니라 무심하게 던지는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대사들도 재밌었는데 드러머라 불러서 드러머라고 했나 이거랑 네가 불러서 드럼을 친 거라는 대사도. 마지막에 동훈 드러머 미소가 봄날이 햇볕 그 자체야. 둥작가 북 울려주면서 평생 함께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둥 !!!!!!! 두 번 밖에 안 봤는데 잘한다고 하기도 입 아픔 벌써 입 아픔 <온 더 비트> 때도 이 사람 고생한다는 느낌 한 번에 받았는데(찐 1인극이기도 했고) <썬더>는 실질적으로는 2인극인데도 둥이 진심 고생함 무대도 회전하고 상자에 올라가고 양쪽 스피커 갔다 소리 지르고 혼자 별의 별 거 다 함 그걸 또 열심히 하니까 보는 사람은 몰입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 시점도 계속 바뀌는데 그거에 맞춰서 톤을 달리 해준다거나 행동거지에 변화를 주는 것도 잘함. 하 진짜 미치겠다 눈물과 땀에 절은 배우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마지막에 둘이 안을 때 서로 수고했다며 토닥여주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불안 역시 꼬옥 안아주겠다는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웅 진짜 두 분 다 수고 많으셨어요 !! 고기 3인분씩 드세요....
+) 형 장면에서였나 흰 조명만 생각나는데...암튼 휙 하고 도는 몸짓이 있는데 어 이거 <온 더 비트> 했다. 뭔가 비슷했어! 그리고 마지막에 '썬더!' 하면서 팍 터뜨리는데 '라이즈 업' 들었을 때랑 같은 감정이 올라오는 거예요....ㅠㅠ 작가가 형이랑 엄마랑 다시 만났을 때 훅 울컥했는데 <온 더 비트> 때도 끄트머리에서 울컥했던 기억이...
요번에도 조명연출, 음악이 참 좋구나...조명부터 이야기하자면 드러머가 드럼칠 때 하얀 조명들이 사방에서 터져나온다거나, 옆 침대 고등학생의 종이접기를 보여줄 때 조명을 손 너비만큼만 넓혀서 손에 조명을 집중시킨다던가 아버지가 소주병 깔 때 초록 조명 하나도 감각 있다 느낌
음악은 일단 '드러머'가 있기 때문에 드럼이 있고요. 역시 전문 드러머의 연주란....강약 조절을 잘하셔서 장면장면에 몰입을 빡하게 해주셨다. (둥은 드럼 안 치나....안 치네요...) 중간에 들어간 윈드벨 소리도 장면이랑 어울렸음. 그 장면이 뭔지 까먹은 게 흠이지만...ㅎ
늘어지는 것과 별개로 공연이 마음에 들었던 건 <썬더>의 이야기가 내게 닿았기 때문이다. 불안이 엄청난 인간이며, 나를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 글에게 받은 위로를 돌려주고 싶다는 것도 어쩌면 나를 위한 일이다. 글을 쓰며 위로를 받는 건 되려 나인 경우가 많았기에. 나는 내 불안을 들여다본 적 있는가. 들춰본 적이라도 있는가. 학생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이십 대에 접어들며 가능하게 되었다. 재밌게도, 가장 불안할 때가 아닌 가장 안정적일 때 가능했다. 돌아볼 여유가 생겼기에 나는 나의 열등감과 불안, 갖가지 밑바닥 감정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그것들이 내게 있다는 것이었다. 감정들이 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았다. 불안하면 나는 한없이 땅굴을 팠다. 전엔 한없이 땅굴을 파서 나오는 데도 한참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 지금 불안하구나 하고 바깥에 나간다. 바람을 쐬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다. (???: 나가서 산책이나 좀 해~) 그러다보니 땅굴 파는 나도 조금은 좋아졌다. 솔직한 애구나~하고.
불안은 나를 죽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숨통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었다(모든 감정이 그런 것 같다.) 단단해져야 하니까 부서지는 거고. 여태까지 실수하고 우는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극이 좋다. 나를 살게 하는 극이 좋다.
정신차려보니 표 잡은 둥막공 ! 다 친구들 덕이야 고마워어�
우란 가면서 든 생각인데 '언제 한 번 갈 수나 있을까' 하는 극장들을 기둥 배우 덕에 가본다. (이해랑은 까딱하면 n년 뒤에나 갈 뻔) 그런 면에서 신기한 배우고 더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발자국을 이리저리 찍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오늘 체감상 훅훅 지나갔는데 러닝타임은 더 길었던 것 무엇 속도감 붙어서 재밌었고 감정이 올라오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화가 많아졌달까! "혼자 쓰고 혼자 보세요." 때 따지는 톤으로 말한다던가 드러머가 자꾸 머리 두들기니까 격하게 욕한다던가 아버지 때는 또 어떻고~지난 번 아버지는 지친 게 훤한 분이셨는데 이번 아버지는 심술 많고 고집 센 분이셨다. 그래서 더 외로워 보이셨고. 아버지 단칸방에서 둥작가 눈물 흘리는 거 뭐야...? (+) 저는 눈물 흘리는 거에 약한 사람인데요.....오글 들자마자 보였던, 뚝뚝 흐르는 눈물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답니다(엥) 눈물도 눈물이지만 표정이 그 사람의 슬픔과 안타까움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작가에게로 가져와 벅벅 버무린 느낌이라 ...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말은 겨울바람 같다. 살을 엔다.)
"아빠, 우리가 좀 어려웠다, 그치." 요거 저번엔 다른 거였던 것 같은데(아닌가) 전보다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마지막 대사 하고 힐-쭉 웃어보이는 둥작가! 자첫 땐 병원을 탈출하고 가족을 만나는 모든 일들이 다 환상이구나 했는데 이 미소 하나 때문에 현실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한 번도 안 웃던 사람이 웃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는데도 말이다.) 바느질 소리처럼 아주 작게, 포탄이 든 수레처럼 아주 무겁게, 천사의 날개처럼 아주 가볍게, 화덕 속의 불길처럼 아주 뜨겁게 돌파해가는 작가를 응원한다. 놓지 않는다는 게 기특하잖아.
알코올 중독 형이 너무너무 소중함��작가가 "내 머리에 드러머가 있어요" 라는 말을 듣고 알코올 중독 형은 "그놈 잘 치냐?", "나도 같이 좀 듣자~"라는 반응을 보였을 거랬는데 이것만 봐도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음.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자해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임 이때 알코올 중독 형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쓰다보니 궁금해지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손녀에게 좋은 할아버지가 되어주셨길:) (작가의 말처럼, 다시는 오지 마세요!)
옆 침대 고등학생 이야기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종이 뭉태기를 건네받은 작가는 울고, 그 모습을 보는 고등학생은 웃는다. ('무서운 웃음'이라 했기에 정확히 어떤 웃음을 짓고 있는지, 웃음을 짓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자신의 존재(종이?)를 알아봐준 이에게 건네는 선물일까. 동시에, 작가가 종이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짜장면처럼 호롭해버리던 종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종이 같은 것들을 준 경험이 작가에게도 있었을 것이다(도움 요청을 했다는 의미지요) 마침 그날 따라, 그 종이가 작가를 건드린 거지. 건드려서 톡하고 터진 거고. 왜~다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훅 하고 올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이 고등학생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 종이를 접었을까, 더이상 접지 않았을까.
<썬더>가 좋았던 건 불안을 마주 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안의 것을 바라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너무해! 그치만 나는 불안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고, 어느 날엔 조절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 그러므로, <썬더>는 꼭 필요했다. 만듦새와 흥미를 떠나서(두 가지를 콕 짚었다는 건 아쉬웠단 거겠죠) 말이다. 두 번으로 끝내긴 아쉬워 더 볼 걸 ! ㅠㅠ
둥 작가, 동훈 드러머 팬.됐.어 이 사람들이 뭘하든 응원할 수 있어!(불법x) 커튼콜에 꽈악 안을 때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되는 것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웅 둘 다 수고했어요! 푹 쉬면서 고기 드세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도움 많이 받았어! <썬더>. 우리 다시 만나. 안녕 !